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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곰

나의 곰

메리언 엥겔 (지은이), 최재원 (옮긴이)
한겨레출판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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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곰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나의 곰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91160405859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4-01-31

책 소개

캐나다 총독 문학상, 토론토 도서상 수상 작가이자 마거릿 애트우드, 앨리스 먼로와 함께 캐나다의 대표 작가로 거론되며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메리언 엥겔의 독보적인 작품 《나의 곰》을 선보인다.

목차

나의곰

옮긴이의 말
추천의 글―강화길(소설가)

저자소개

메리언 엥겔 (지은이)    정보 더보기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맥마스터대학교에서 언어학 학사학위를, 맥길대학교에서 캐나다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과 유럽에서 강의하며 해외에서 생활한 후 1964년 캐나다로 돌아와 토론토에 정착했다. 캐나다 작가협회의 창립 멤버로 1973~1974년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1968년 첫 소설이자 여성 정체성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에 도전하는 작품 《영광의 구름은 없다No Clouds of Glory》를 출간했다. 1976년 대표작 《나의 곰》으로 캐나다 문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총독상을 수상했으며, 1982년 《미치광이 저택Lunatic Villas》으로 토론토 도서상을 수상했다. 《나의 곰》은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영국, 튀르키예에 판권이 판매되었다. 메리언 엥겔은 작품을 통해 여성들의 일상적인 경험, 행복과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고, 여성의 관점에서 인간의 조건을 성찰했다. 자신의 글쓰기를 “완벽함을 추구하도록 길러진 사람이 불완전한 세상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한 탐구로 여겼다. 엥겔이 사망한 후 매년 중견 여성 작가에게 수여하는 메리언 엥겔 상이 제정되었고, 앨리스 먼로가 첫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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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지은이)    정보 더보기
거제도, 창원, 횡성, 뉴욕 그리고 서울에서 자랐다.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시각 예술을, 럿거스대학교 메이슨 그로스 예술학교에서 그림을 공부했다. 2018년 Hyperallergic을 통해 미술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한영·영한 번역과 감수를 하고 있다. 시집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로 제40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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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꽤 오랫동안 삶이 잘 풀리지 않았다. 딱히 어느 하나를 문제 삼을 수는 없었고, 오히려 삶이 전반적으로 그녀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듯했다. 많은 것들이 자꾸 회색으로 변해갔다. 처음에는 학자적인 은둔 생활과 일을 통해 세상의 저속한 것에서 벗어날 수 있어 짜릿함마저 느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바로 그 삶 때문에 시간에 비례하지 않게 빨리 나이 들었으며, 매일 펼치는 누런 종이들처럼 자신이 케케묵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가끔 그녀가 과거에서 눈을 들어 올려 현재를 바라볼 때, 그것은 결코 잡을 수 없는 신기루처럼 눈앞에서 천천히 희미해져갔다. 협회장에게 고민을 이야기해보기도 했지만, 그는 그저 그녀의 마음 상태를 직업병으로 일축했고, 그녀는 여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삶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불만족스러웠다.


그러니까 여기가 내가 지낼 왕국이란 말이지. 팔각형 집, 방을 가득 채운 책들, 그리고 곰 한 마리.
그녀는 그 사실을 체감할 수 없었다.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 이처럼 엄청나게 행복한 발견을 뜻하는 단어가 있어야 마땅했다. 기쁨, 행운, 뭐든 간에 우연히 찾아온—아 그래, 천운. 일을 포기하지 않고도(그녀는 자신의 일을 사랑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멋진 휴양지에, 그것도 주에서 손꼽히게 훌륭한 집 중 하나에 살게 되었다. 조금 외딴 곳이기는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외로움을 사랑해왔다. 게다가 곰의 존재는 마치 엘리자베스 시대에 온 것 같은 이국적인 기쁨을 주었다.


그녀는 무방비 상태로 잠깐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그때 왜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마음이 조금 놓였다. 다가오는 둔중한 발소리와 함께 긁는 소리 같은 것이 났다. 분명 발톱이 부엌의 리놀륨 바닥에 따각따각 부딪치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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