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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언어가 삶이 될 때](/img_thumb2/9791160408706.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0408706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22-09-15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내가 언어를 만났을 때
세계화는 끝과 끝에서 1
세계화는 끝과 끝에서 2
말랑말랑한 자아로 새 언어를 배우기
나를 규정하는 이름 사이에서 길을 잃을 때
새로운 언어로 만들어가는 세계
세계의 흔들림을 성장점으로 삼기
나는 누구일까
괜찮아. 아직 완벽하지 않더라도
문화를 담은 영어
“취미가 뭐예요?”를 어떻게 말할까
‘오타쿠 외국어’
완벽한 영어를 찾아서
영어 울렁증 마주보기
언어가 차별이 될 때
에일리언alien
언어가 내게 알려준 것들
되고 싶은 나, 되어야 하는 나
하루 몫의 하찮은 말
언어들과 문화들 사이에서
내가 서 있는 자리, 상대가 서 있는 자리
어떤 언어가 날 지켜줄까
언어, 문화, 정체성
내 영어가 굴레이자 해방이 될 때
지속 가능한 영어 공부
삶을 언어 공부의 재료로 삼기
아무 말 대잔치로 만드는 수업
관계 속의 단어-문법
시제와 상, 영상으로 바라보기
말은 맥락과, 공부는 삶과
영어를 공부하는 이유
새 언어로 말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 1
새 언어로 말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 2
영어로 학술 글쓰기를 할 때
번역기라는 문제
언어와 함께
나가는 말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영어로 생활세계를 처음 만들어갔던 미국 방문학생 시절을 여러 번 돌이켜봤다. 그때는 스마트폰도 파파고도 없었는데 어떻게 영어로 생활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었지? 사실 특별한 비법이 있던 게 아니었다. 언어 학습을 시작한 나이보다는 해당 언어로 쌓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마음에 지니고(Ortega, 2019) 계속 경험을 쌓아갔던 덕이었다. 안 되는 전화라도 일단 준비해서 걸어보고, 실수하더라도 부딪쳐보고, 없던 취미 생활이라도 만들어서 사람을 만나고, 움츠러들더라도 내가 하려는 말을 계속 해야 했다. 2020년 11월 어느 날, 시부야에서 집까지 오는 열차를 탔을 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본어가 너무 답답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거저 얻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언어를 배우려면 직접 자신의 발로 서서 스스로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했다.
2019년 2월, 딱 3년이 지난 후에 미국의 코네티컷주에서 펜실베이니아주까지 혼자 여섯 시간을 운전해 가는 길이었다. 취업도 계속 실패하고, 박사학위 논문 심사에도 계속 떨어지던 시기였다. 책의 한 장(章)을 쓰는 데도 너무 고생하고 있었고, 인간관계에서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처절히 실패하고 있었다. 계속 실패만 쌓다 보니 더 이상 쌓을 실패가 없을 정도였다. 엉망진창인 삶을 어깨에 짊어지고 운전대를 잡고 달리면서 깨달았다. 나는 반드시 좋은 선생이 될 수 있을 거야. 이렇게나 많은 실패를 쌓아왔으니까.
완벽한 영어 같은 건 세상에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완벽함의 근거로 사용할 수 있는 절대적인 규칙이 없다. 용례가 쌓여서 규칙이 만들어지고, 규칙 역시도 새로운 용례가 쌓이면서 계속 바뀌어간다. 또한 영어 용례는 원어민이 쌓는 것보다 비원어민이 쌓는 경우가 훨씬 많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새로운 규칙이 생겨나기도 하기 때문에, 정확한 규칙을 지키기보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해 상대와 협력하여 의미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태도가 훨씬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