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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61905419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8-05-3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저기 말이야, 수족관 직원으로 일해줬으면 하는데.”
“예?”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마. 이건 전근 명령이야. 다음 주쯤에는 인사과에서 정식 명령이 떨어질 거야. 아니, 젊으니까 경험이 될 거야, 경험! 현장의 업무 경험이라는 건 아주 중요하지.”
“저는 시청 관광사업과에서 해고되는 겁니까?”
“해고가 아니고 파견이라니까. 수족관 경영은 시의 외곽 단체인 재단법인 아쿠아파크가 하고 있지. 직장이 인기 데이트 장소가 되는 거야. 괜찮지 않아? 나는 부럽네. 조금만 더 젊었다면 내가 가겠다고 했을 거야.”
과장의 코가 살짝 움직였다.
“하지만 저 같은 게, 수족관에 가서 뭘 하겠어요?”
“시마 군은 관련 경험이 있나? 희귀한 물고기를 기른다거나.”
“금붕어 잡기 경기에서 잡은 금붕어 정도죠. 게다가 옆집에 사는 고양이가 먹어버렸어요.”
“그럼, 잘 모르겠군.”
과장은 몸을 제자리로 돌리고 품에서 부채를 꺼냈다. 아직 3월인데 마치 여름인 것처럼 부채를 펄럭인다.
『자, 여기서 여러분에게 소개하겠습니다. 신입 트레이너 유카 짱입니다.』
농담하나? 아무 말도 못 들었는데.
『박수로 맞아주십시오. 유카 짱, 긴장하지 말고 렛츠 고!』
스탠드에서 박수가 일었다. 선배가 풀사이드에서 손짓을 했다.
이 상황에서는 나갈 수밖에 없다. 각오를 하고 풀사이드 쪽으로 걸음을 옮겼지만 손과 발이 함께 움직여버린다. 아, 호스에 걸렸다.
푹 고꾸라지며 균형을 잃어 저도 모르게 가까이에 있던 선배의 옷을 잡았다.
“무슨 긴장을 그렇게 해! 침착해. 바우 점프만 하면 되니까.”
『유카 트레이너는 아쿠아파크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신입입니다. 이번이 처음 라이브입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호스에 걸려 넘어져도 여러분의 성원만 있으면 잘 해낼 겁니다.』
관객 스탠드에서 가벼운 웃음이 일었다. 힘내라는 응원까지 날아왔다.
(중략)
움직임이 점차 느려진다. 결국 C1은 달리기 코스에서 벗어나버렸다.
“어디로 가는 거야? 잠깐만!”
C1이 F3에게 다가간다. 벌써 점프 같은 것은 다 잊은 듯 F3과 함께 장난을 치며 헤엄을 치기 시작한다. 마치 사교댄스를 추는 것만 같다.
『미안해. 유카 트레이너. 오늘은 데이트가 더 바쁜가봐.』
박수도 웃음도 없다. 뒤에서 선배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됐어. 스탠드에 있는 관객에게 인사해.”
들은 대로 인사를 했다. 띄엄띄엄 박수가 이어졌다.
『앞으로 더 능숙해질 겁니다. 돌고래도 트레이너도. 능숙해진 모습을 보러 와주세요. 기대의 신인 유카 트레이너였습니다!』
머리가 새하얗다. 그저 자신의 뺨이 새빨갛다는 것만을 알 수 있었다. 돌고래 관으로 돌아가다 또 호스에 걸려 휘청했다.
조용했던 관객 스탠드가 드디어 시끄러워졌다.
『TV와 똑같은 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볼 수 있어서 기뻤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남자아이였을 거야. 아주 흔한 감상일 수도 있지. 자네도 몇 번은 듣지 않았을까.”
“커플이 해달 관에서 비슷한…… 말을 했어요.”
“이 업계, 누구나 알면서 절대 입 밖에 내지 못하는 말이 있지. 손님은 새로운 발견을 원하며 오는 게 아니야. 확인을 하러 수족관에 오는 거지. TV와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만족하고 안심하며 돌아가. 만약 자신의 이미지와 다르면 불만과 실망을 안고 돌아가네.”
해달 관의 그 남자가 말했다. ―저 해달에게도 TV를 보여줘서 공부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아름답다는 여운에 잠기는 커플도 많아. 기쁜 일이지. 하지만 그 여운이라는 게 뭘까. 그것은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열대어가 헤엄치는 바다 속 광경, 그러니까 환경 다큐멘터리 DVD와 마찬가지 아닌가?”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커플은 오지 않아요. 아이들도 안 오고요.”
“맞아. 이곳은 대학 연구실이 아니야. 수족의 생태를 계몽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속적인 관심사로 관객을 불러모아 그 관객으로부터 입장료를 받는다. 수족관은 박물관의 일종이지만 수입도 지출도 다른 곳과는 자릿수가 달라. 세상의 인식은 박물관이 아니라 유원지에 가깝지. 박물관인가, 유원지인가, 그 틈에 끼어 세상의 모든 수족관은 고민하고 있네. 운영도 박물관 노선과 유원지 노선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