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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61909424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18-10-18
책 소개
목차
한국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
마스다 미리, 단독 인터뷰
5년 전에 깜빡 잊어버린 것
두 마리 새장
문
섹스하기 좋은 날
데니쉬
머스코비
둑길의 저녁노을
각설탕 집
버터쿠키 봉지
쌍둥이바람꽃
역자후기
리뷰
책속에서
“사귀셨죠, 쓰카다하고?”
이거, 꼭 물어보고 싶었다.
가타오카는, 이런 이런, 하며 웃었다. 그리고는, 어떻게 알았어? 라고 물었다.
“다들 알고 있었죠. 최소한 영업부 여직원들은 모두 다. 가타오카 씨, 인기 있었으니까.”
그리 싫지만은 않은 얼굴로 가타오카는 “진짜?”라고 말했다. 인기가 있었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다.
오늘밤 가타오카는 면바지에 운동화의 활동적인 차림새였다.
업무 때문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집이 이 근처도 아니었을 것이다. 이사한 걸까.
“축구. 거래처 부장 아들이 시합에 나온다고 해서 그거 보러 갔었어.”
“그렇군요.”
“힘들다, 토요일인데.”
“이겼어요, 시합은?”
“영 대 영 무승부. 칭찬해줄 수도 없고 위로해줄 수도 없고. 부장 집에서 한잔 하고, 또 한 군데 밖에서도 마시고. 긴긴 하루였어.”
기분이 나쁘면 자꾸만 눈을 내리까는 버릇은 옛날 그대로다. 언짢은 표정의 가타오카는 섹시한 분위기를 풍겼다.
담뱃불을 끌 때 내보이는 따분한 듯한 얼굴에조차 깜빡 홀려버렸다. 회사 여직원들은 그런 그에게 기회만 닿으면 친절을 베풀고 싶어 했다. 그걸 못 본 척 무시해가며 나는 옆자리에서 컴퓨터만 들여다보았다.
“결혼했어요?”
스기우라 씨는 마치 날씨 얘기라도 하듯이 자연스럽게 물었다.
“아뇨, 아직. 근데 내년 봄에 할 예정이에요.”
부럽네, 라고 그가 미소를 지었을 때, 결혼이 부럽다는 건지 아니면 나와 결혼할 남자가 부럽다는 건지, 나는 잠깐 생각해버렸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싶어지는 사람이었다.
얇은 머플러를 풀면서 가게 뒷문을 열자 사장부인의 요란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루오 씨, 어서 와봐! 야나기다 군이 너무 웃겨.”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야나기다 군은 노릇노릇 구워진 버터 롤을 오븐에서 꺼내는 참이었다.
“야나기 군이, 아하하하, 방금 저기서 발라당 넘어졌다
니까. 근데 빵 반죽이 머리 위에 털썩 떨어진 거야. 그렇지, 야나기다 군?”
야나기다 군은 “예에”라고 목을 움츠렸다. 부인은 한참이나 웃음이 멈춰지지 않는지 단팥빵처럼 동그란 얼굴로 배를 부여잡고 깔깔거렸다. 나도 야나기다 군의 머리 위에 빵 반죽이 털썩 떨어진 모습을 상상하고 웃음이 터졌지만, 마침 손님이 오는 바람에 혼자 계산대 쪽으로 갔다.
“그럼 나루오 씨, 저녁때까지 잘 부탁해.”
사장부인은 웃으면서 뒷문으로 집에 돌아갔다.
정신없던 점심시간도 지나고, 항상 하던 대로 주방의 접이식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침에 넘어졌을 때, 어디 다치지 않았어?”
부인과 한통속으로 깔깔거렸던 게 마음에 걸려서 야나기다 군에게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 조금.”
오른쪽 팔꿈치 부분을 만지며 말했다.
“저런! 괜찮아? 어디 봐, 벗겨졌잖아. 반창고 붙여줄게.”
구급상자에서 좀 큼직한 반창고를 꺼내다 야마기다 군의 팔꿈치에 붙여주었다.
“아프진 않아? 아예 반창고 하나 더 붙이자.”
“죄송합니다.”
소매를 둥둥 걷어 올린 그의 팔뚝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굵직하고 늠름했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가는 길에 다쿠야의 속옷을 사려고 역 앞 쇼핑센터에 잠깐 들렀다. 신혼 초에는 남자 속옷 매장에 들어가기가 창피해서 어물거렸는데, 어느 새 두부라도 고르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섹시한 브리프를 입은 남자의 하반신 마네킹. 과장스러운 불룩함을 흘끔흘끔 훔쳐보며 안으로 들어갔다. 세트로 파는 값싼 브리프면 충분하다.
문득 낮에 본 야나기다 군의 팔뚝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성인 남자의 팔뚝이었다. 그저 그것뿐인데도 갑작스레 그의 존재가 생생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