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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시론
· ISBN : 9791162182673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3-10-25
책 소개
목차
들어가기-시가 나를 찾아왔다
절망보다 희망이 더 괴로운 까닭은
존재란 얼마나 깨지기 쉬운 알인가
가난은 왜 우리를 소리 지르게 하는가
내가 너를 안을 때
얼마나 더 울어야 문장이 될까
우리는 언젠가 극장에서 만날 수도 있겠지
거울에 비친 상과 싸우다
가을날 햇볕 좋은 한 골목길에서
동물원에서 데이트를 한다는 것
당신이 수컷 늑대라면
촉촉하고 끈적거리는 곳에서의 한때
취해 잠든 당신의 눈꺼풀 뒤편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보았다
휘어지는 비와 물울로 가는 여행자
28개의 단어와 그것을 발음하는 목소리들
강함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아이는 낡은 세계를 무찌른다
명확하거나 모호한 에그의 세계
시인은 말놀이를 사랑해
정오에 오는 것들에 대하여
환대가 필요한 이유
인간은 하나의 장소다
사랑은 연극적 감정의 연출일 뿐
먼 훗날 나무가 되어요
우산은 동그랗게 휜 척추들을 깨우고
이따금씩 커다란 나무를 생각해
수학 교실에서 웃은 소녀들은 어떻게 되었나
사과의 날씨가 지나간다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시를 쓰는 일은 개를 목욕시키는 일, 운동장을 가로질러 질주하는 일, 심심함에 못 견뎌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지는 일들과는 다르다. 그렇건만 시는 무위에 헌신하는 일, 아무 쓸모가 없는 아름다움을 구하는 일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이 덧없고 하염없는 일이 “진리를 환히 밝히는 기투의 한 방식”이라고 단언한다. 시는 자아 바깥으로 송출하는 말의 한 방식, 즉 나에게서 너에게로 건너가는 말이라는 점에서 세계와 대지를 비은폐 차원으로 이끌어낸다고 할 수 있다. 언어로 빚는 시는 그런 맥락에서 “언어 속에서 스스로 생기”한다. 시를 쓰는 이들은 자신과 제 경험을 탈취하여 언어 속으로 밀어넣는다.
시는 여러 지층들을 품는다. 존재 사건의 지층, 차이와 반복의 지층, 역사의 시간과 경험의 지층, 신체와 관능의 지층, 무의식의 지층… 지층은 과거의 것들, 더는 유효하지 않은 시간, 하강과 퇴적의 산물이다. 좋은 시는 지층을 뚫고 밖으로 나온다. 사유의 속도와 운동이 그 지층을 뚫는데, 이 속도와 운동 속에, 찰나를 증언하는 번개의 빛에, 시는 있다.
병이 깊어진 당신 앞에서 당신의 회복과 회생을 기다리는 희망이란 한낱 ‘응급처치’에 지나지 않는다. 차라리 희망보다 절망을 더 쉽게 견딜 수 있다. 힘을 다 빼고, 즉 포기와 체념을 하고, “그냥 피 웅덩이 속으로 가라앉으면” 되니까. 희망을 견디는 일은 슬프고 힘들다. 희망이란 “피가 철철 흐르도록 아직, 더, 벅차게 사랑하라는 명령”이니까. 절망은 불운에 주저앉고 탈진해 버리면 그만이다. 반면에 희망은 여전히 피를 흘리며 살고, 더 뜨겁게 사랑하라는 절체절명의 명령이다. 병이 깊어진 당신, 그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탈진과 고갈에 이른 내게 희망은 그것들을 견디고 살아남으라고 명령한다. 그래서 희망은 “무섭도록 더 외로운 순간들”을 가져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