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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2850466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19-10-21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5
1부 침묵이 아직 오지 않은 말을 더 빛내듯
마음 - 김영재 14
곁 - 신병은 16
저녁이 젖은 눈망울 같다는 생각이 들 때 – 권대웅 18
지금은 우리가 - 박준 20
천관天冠 - 이대흠 22
그 손 – 김광규 26
운주사에서 – 정호승 28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 김영랑 30
지금 – 김언 32
시 – 나태주 34
이생 – 하재연 36
별 – 신경림 38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영랑 40
유사流沙를 바라보며 – 민영 42
새해의 기도 – 이성선 44
2부 모든 순서가 되었습니다, 당신
풀꽃 1 – 나태주 48
선잠 – 박준 50
서해 – 이성복 54
연애 간間 – 이하석 56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58
방문객 – 정현종 62
창을 함께 닫다 – 장철문 64
산 – 박철 66
바래길 첫사랑 – 고두현 68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70
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74
호수 1 – 정지용 76
그리움 – 이용악 78
당신이 아니더면 – 한용운 82
수색역 – 이병률 84
아직 – 유자효 86
너에게 – 신동엽 88
제왕나비 -아내에게 – 최동호 90
미안하다 – 정호승 92
3부 오해로 올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
살았능가 살았능가 – 최승자 96
정처없는 건들거림이여 – 허수경 98
얼굴 2 – 김명인 102
노숙 – 박정남 106
잘 익은 시 – 심재휘 108
걸식이 어때서? – 김선우 110
와락 – 정끝별 112
와사등 – 김광균 114
집으로 가는 길 2 – 최하림 118
나이 든 고막 – 마종기 120
오해 – 허충순 122
열이 오르다 – 이대흠 124
여름의 끝 – 장석남 126
종소리 – 신달자 128
얼마나 좋은가 – 정현종 132
4부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정현종 136
소망 – 김광섭 140
아픈 새를 위하여 – 고영 142
세수 – 곽재구 146
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 송경동 148
엄숙 – 김소월 150
새로운 길 – 윤동주 152
코이법칙 – 이혜선 154
저녁 포구 – 오성일 156
저 나비 – 허수경 158
민달팽이를 보는 한 방식 – 김선우 160
그리고 나는 행복하다 – 신경림 162
건들대봐 – 김형영 166
거리 – 나희덕 168
산에서 – 박재삼 170
폐허 이후 – 도종환 174
5부 밤하늘처럼 초롱초롱 추억의 문장이 빛난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 구상 178
망초꽃과 자전거 – 장철문 182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184
새 – 김종삼 186
바람 – 김춘수 188
난蘭 – 신석정 190
멧새 소리 – 백석 192
저녁눈 – 박용래 194
강아지풀에게 인사 – 나태주 196
칠성무당벌레 – 이정록 198
돌을 집다 – 위선환 200
돌 – 유강희 204
오리알 두개 – 이시영 208
청노루 – 박목월 210
박꽃 – 신대철 212
앵두, 살구꽃 피면 – 박용래 214
내 가슴속에는 제삼장第三章 – 신석정 216
음지식물 – 정희성 218
산산산 – 신석정 220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이 시를 읽고 난 후에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에 대해 사소한 일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될 것 같다. 모래의 낱 알갱이가 구르는 일도, 한 번의 물결이 일어나는 일도, 한 자락의 바람이 동쪽으로 불어가는 일도 예사의 일이 아니다. 몸과 마음이 하는 동작은 미묘한 변화 이상을 만들어낸다.
마당을 쓸면 지구의 한 모서리가 말끔해진다. 꽃이 피어서 지구의 한구석이 곱고 환해진다. 속마음으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순간 지구의 왼쪽 가슴이 설렌다. 우리들 내면의 토양에 시의 한 구절이, 시상詩想의 한 싹이 파릇파릇 새로 돋아나올 때 지구는 하나의 꽃밭처럼 산뜻해진다. 좋은 씨앗을 뿌리면 좋은 열매를 얻는다. 말 한마디도 허투루 하지 말 일이다.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해도 좋은 일은 없기 때문이다.
- 1부 침묵이 아직 오지 않은 말을 더 빛내듯 - <시> 중에서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면서 우리는 매일매일을 살아간다. 관계를 맺고, 교환하고, 협력하면서 살아간다. 기대어 살아간다. 몸이 의자에 편하게 기대듯이. 베개에 달콤한 잠이 기대듯이. 난초가 햇살이 쏟아지는 남쪽 창가에 기대듯이. 관계를 통해 말을 트고, 표정을 읽고, 감정과 의견을 나눈다. 단 둘의 관계에서 혹은 다수와의 관계에서 친밀감과 안정을 얻는다.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보탬의 조건과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관계로부터 상처와 낙담과 이별을 받기도 한다. 정현종 시인의 표현처럼 관계를 맺고 사는 일은 “부서지기 쉬운 마음”이 서로 만나는 일이다. 언제라도 깨어져 여러 조각이 날 수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흩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관계의 유지를 위해 좀 더 애쓰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을 처음 만난다는 것은 그의 일생을 상견相見하는 경험이다. 이미 지나간 때의 일과 생활과 지혜뿐만 아니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지금 눈앞의 상황, 그리고 곧 꽃 필 미래의 시간이 한 사람과 더불어 함께 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군가와의 첫 만남은 놀랍도록 엄청나고 굉장한 일이다. 모든 이와의 세연世緣을 산처럼 굳게, 바다처럼 깊게 여겨서 살아가야겠다.
- 2부 모든 순서가 되었습니다, 당신 - <방문객> 중에서
살았능가 살았능가
최승자
살았능가 살았능가
벽을 두드리는 소리
대답하라는 소리
살았능가 죽었능가
죽지도 않고 살아 있지도 않고
벽을 두드리는 소리만
대답하라는 소리만
살았능가 살았능가
삶은 무지근한 잠
오늘도 하늘의 시계는
흘러가지 않고 있네
생겨난 모든 소리는 생생하다. 바깥에서 오는 소리이든 내면에서 울려오는 소리이든. 두드리는 소리는 깨우는 소리이다. 질문하는 소리요, 응답하라는 요구이다.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삶의 생기와 의욕과 진전을 증거를 들어 밝히라는 요구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에 눌린 듯 무거운 잠 속에서 살고 있지는 않은가. 무기력하게, 꺾인 갈대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가. 벽이 된 나의 몸과 마음을 두드리자. 그래서 얼음을 깨듯 나를 깨트리자. 눈보라 가듯 움직여가자. 삶이 무지근한 잠이라고 하더라도 사랑이 그 속에 생화生花처럼 놓여 있다면 말은 달라진다. 알프레드 드 뮈세는 “삶은 잠, 사랑은 그 꿈”이라고 노래했으니 말이다.
- 3부 오해로 올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 - <살았능가 살았능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