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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4972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21-06-22
책 소개
목차
chapter 1
chapter 2
chapter 3
chapter 4
chapter 5
chapter 6
chapter 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램드. 디아린 영애를 이리로 모시도록.”
“예?”
그 이상의 말을 에제트는 꺼내지 않았다. 기사는 마뜩잖다는 눈빛으로 여전히 이쪽을 바라보던 연갈색 머리의 귀족 영애를 향해 다가갔다.
“저하. 콘클이스터 영애님을 모셔 왔습니다.”
램드의 말에 에제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족이 앉는 자리는 다른 귀족들과 거리가 있었다. 의자가 촘촘히 붙어 있지 않아서, 개인적인 공간도 꽤 확보되었다. 시선까지는 막을 수 없지만 목소리가 잘 흘러 나가지 않을 터.
에제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디아린 영애.”
격조했다는 등의 인사치레는 없었다. 그저 차갑고 딱딱한 호명. 디아린 역시 비슷한 얼굴로 에제트를 응시했다.
“많이 자라셨네요. 에제트 저하.”
얼핏 놀리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디아린은 진심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키가 훌쩍 자란 정도는 보였으니까.
원래 에제트는 그녀보다 눈높이가 조금 높은 정도였는데, 이제는 고개를 들어 올려야 했다. 그 점이 그녀는 신기했다. 스물두 살이 된 디아린은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
소년들은 원래 이렇게 금방 자라나.
“안 그래도 드릴 말씀이 있었어요. 잠깐 괜찮으실까요.”
물끄러미 디아린을 응시하던 에제트가 수락했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선 그녀가 입을 열었다.
“과거의 제가 아둔했어요. 몸이 좋지 않아 콘클 영지로 요양 차 떠났는데 이제야 건강이 회복되었답니다. 공작님께 듣고 보니 제가 그간 건강상의 연유로 북부에 연통 한 번 넣지 못한 게 기억이 나서요.”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옆에서 듣던 불곰 같은 기사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다.
“그러니까, 저하.”
둘의 대화를 엿듣고 싶어 하는 귀족들이 많았다. 디아린은 최대한 자연스러워 보이게 몸을 에제트 쪽으로 기울였다.
“혼약을 파기해 드릴게요.”
기사는 순간 ‘예?’ 하고 되물을 뻔했다. 뜬금없는 말을 들은 건 마찬가지건만, 에제트만이 묘한 눈빛이었다. 디아린은 온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 덕에, 그 미묘한 눈빛을 어렴풋하게나마 알아챌 수 있었다. 에제트는 디아린에게서 한 번도 눈길을 떼지 않았다.
그가 물었다.
“콘클 공작의 뜻입니까?”
디아린만큼이나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바로 옆에 선 기사를 제외한 누구도 대화를 엿듣지 못했다.
“설마요. 공작님이 저하를 놓치려고 하겠어요? 할 수만 있다면 저하를 밧줄로 칭칭 동여매고 싶을 텐데요.”
“그러면요?”
곧 부서질 얼음 결정처럼 몹시도 자그마한 목소리로, 디아린이 말했다.
“내 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