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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6396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23-08-18
책 소개
목차
Chapter 9. 벗겨지는 비밀
Chapter 10. 겨울의 끝
Chapter 11. 국혼
Chapter 12. 창공이 겹치는 밤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라하는 침실 문 앞에서 멈춰 섰다.
물소 가죽을 덧댄 손잡이에 손을 올린다. 손잡이를 그러쥐고 잠깐 숨을 내쉰다. 이윽고 문을 열기 직전.
문이 안쪽에서 먼저 홱 열렸다.
“……!”
손잡이를 꽉 쥐고 있던 라하는 저도 모르게 딸려가 휘청거렸다. 넘어지지는 않았다. 단단한 팔이 라하의 팔을 잡아 똑바로 세워 주었으니까. 그녀의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다.
“…….”
선명한 청회색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친다. 라하는 천천히 입을 다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 말도 튀어나오질 않았다. 목 아래에 누군가 그림자를 쑤셔 넣은 듯 나오는 목소리가 없었다.
얼마간 그러고 있었을까.
갑자기 셰드가 라하의 팔을 끌어당겼다. 라하가 휘청이기 직전, 그가 그녀를 아예 제 품에 안아 올렸다. 한쪽 팔로 손쉽게 라하를 안아 든 셰드가 침실 문을 닫아 버렸다.
라하는 셰드의 품에 안긴 채로 조용히 그를 노려보았다. 오랜만에 들어오는 그녀의 별궁 침실은 넓었고, 따뜻했고, 좋은 향기가 났으며, 조용했다.
셰드는 성큼성큼 걸어 라하를 푹신한 침대 중앙에 내려놓았다.
“…….”
그의 시선이 문득 그녀의 발에 향했다. 그가 손을 뻗어 라하의 슬리퍼를 벗겨 냈다. 그러더니 차갑게 식은 발을 꼭 쥐었다. 그의 체온이 뜨거워서인지 라하는 마치 불에 덴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뿌리치려고 했으나 뿌리칠 수도 없었다. 예전과는 달랐다. 일전의 구속구 같던 인술이 사라지자, 셰드가 가지고 있던 본래 힘이 대충 가늠이 갔다.
그래. 그렇게 노예의 인술까지 없애고 본래 신분으로 돌아갔으면 그만이지. 도대체 이 남자는 왜.
“왜 돌아온 거야.”
“왜 돌아왔냐고?”
“그래. 도대체…….”
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갔는지 기억도 하지 못하는지. 라하는 도무지 셰드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가 지금 뭘 원하는 건지 왜 돌아온 건지.
“왜 이러는 건데.”
“말했잖아. 너를 상으로 원한다고.”
“왜?”
라하가 경계하는 표정으로 뒤로 물러났다.
“나를 어쩌게.”
셰드는 대답 대신 턱을 비스듬히 기울였다. 라하의 시야에 온통 그 커다란 몸이 가득 찼다. 와중에도 그의 눈은 그녀에게 완전히 고정되어 있었다.
“나를 성욕 채우는 용도로 쓰겠다며.”
“…….”
“그럼 계속 써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