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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3169758
· 쪽수 : 472쪽
· 출판일 : 2024-01-08
책 소개
목차
설자(楔子)
1장
2장
3장
4장
5장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드디어 기회가 온 게지요. 높은 자리가 아닌, 이곳을 떠날 기회가요. 이곳을 떠난다면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익숙한 풍경에 깃든 지독한 추억에도, 궁궐 어딘가에 있을 원수를 향한 분노와 증오에도, 사랑하는 이를 지키지 못했던 자기 자신을 향한 혐오에서도요.
궁궐만 떠난다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그녀는 그렇게 믿었습니다.
무산은 장대와 함께 휘청이는 그 둔탁한 움직임을 보고서야 저것이 무엇인지를 눈치챘다. 솟대. 저건 분명 솟대였다. 땅과 하늘을 이어줄 수 있다는 영험한 동물이자 장대 위에 앉아 있는 나무 조각. 그렇다면 옆에 놓인 커다란 건 장승일 것이다. 사람보다 커다란 장승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마치 마을 경계를 지나는 이들을 굽어보고 있는 듯했다. 누가 마을에 들고, 누가 마을을 나가는지를 확인하는 것처럼.
그렇다면 설랑을 더더욱 홀로 남기지 말았어야 했다. 그 아이가 무슨 죄가 있던가.
괜히 이번 일에 엮이는 바람에……. 안 그래도 힘든 아이를, 더 힘들게 만든 것이 아닌가.
후회 하나가 가라앉자 또 다른 후회가 넘실거렸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후회가 파도가 되어 무산의 마음을 휩쓸었다. 그들이 설랑의 목숨을 앗아간 거라면, 그래서 자기들만 돌아왔던 거라면, 그럼 어찌하지?
생각이 여기에 닿자, 머리가 아찔해졌다.
무산은 걸음을 떼었다. 설랑이 있는 곳으로, 그곳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이렇게 그 아이만 두고 갈 수는 없으니까. 자기를 믿고 따라온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