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93024560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4-03-12
책 소개
목차
경성의 카르멘⦁최지원 007
좋아하는 척⦁전효원 077
무대 뒤에서⦁장아미 143
사랑의 큐피드⦁김이삭 189
빛이여 빛이여⦁한켠 241
작가의 말 289
프로듀서의 말 305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악. 아아악.
나는 벌떡 일어섰다. 오늘이야말로 저 소리를 누가 내는지 꼭 찾고야 말겠다.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현관문을 나섰다. 조심스럽게 복도 계단을 올라가 3층으로 갔다. 그리고 302호 앞으로 갔다. 우리 집이 202호이니 302호면 바로 윗집이다. 조용하던 복도에 다시 여자 비명 소리가 들렸다. 늘 잠겨 있더니 오늘은 이상하게 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 나는 302호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비쩍 마르고 긴 머리칼이 쑥대머리가 된 여자 하나가 이 더운 여름날에 다 낡은 모직 스웨터와 긴바지를 입고 엎드려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경성의 카르멘〉
“이렇게 희수 씨의 품에 안겨 있는 김에 고백하자면, 그 말씀도 아예 틀린 건 아닙니다. 저로 말하자면 희수 씨의 마음을 얻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죠. 골목에서 포스터를 붙이는 모습을 봤을 때부터요. 아니 어쩌면 보헤미안에서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희수 씨는 어떤가요? 저를 그저 좋아하는 척했을 뿐인가요? 모든 게 연기였습니까?”
“말 좀 그만하세요.”
“아니, 얘기를… 흡.”
희수가 엽에게 입을 맞추었다. 날카로운 쇠 맛이 났다. 희수는 흡혈귀의 영원한 사랑에 관한 전설을 떠올렸다. 긴 입맞춤이 끝나고 엽이 말했다.
“웨딩드레스는 보헤미안에서 맞추는 게 좋겠지요?”
희수가 콧등을 찌푸렸다.
엽이 웃음을 터뜨렸다.
경성의 밤이었다.
〈좋아하는 척〉
박도진은 유월회에 무대장치부로 합류했다고 했다. 박도진은 극단 측에서 전하는 몇 가지 지시 사항을 알려 주었고 지설하에게서 무대 뒤에서 준비된 소품을 넘겨받았다. 그들의 재회는 곧 마무리됐다. 모자를 쓰며 박도진이 인사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지설하는 묻고 싶었다. 뭘 부탁드린다는 거죠? 도대체 뭘요?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다친 손으로 작업대 귀퉁이를 지그시 내리눌렀을 뿐이었다.
지설하는 자신이 무사할 것임을 직감했다. 이 작은 세계에 스스로를 감금시키고 있는 한 무엇도 그를 무너뜨릴 수 없을 것임을. 상처 입힐 수도 없을 것임을.
이 순간 지설하의 마음은 한 가지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사랑을 위해 죽을 수 있을까. 그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감정일까. 그 답을 지설하는 알지 못했다.
〈무대 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