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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4052769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24-10-30
책 소개
목차
중세 지도 4
얼음 속의 여인 11
주(註) 363
리뷰
책속에서
계곡도 언덕도, 눈으로 덮여 평평해졌다. 현명한 이들은 덧창이며 문을 굳게 닫아걸고, 그 사이사이 눈보라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파고들 만한 틈까지 전부 막아놓은 채 집 안에 틀어박혔다. 첫눈, 첫 얼음. 캐드펠은 마지막 기도를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감사의 말을 중얼거렸다. 허워드 수사와 그의 동료들은 멀리 떨어진 고향을 향해 출발한 지 이미 오래였으니, 아주 잠시만 이런 날씨를 견디면 될 것이었다. 그러나 이곳과 우스터 사이 어딘가에서 길을 잃은 채 헤매고 있을 에르미나 위고냉과 이브 위고냉,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용감하게 보호자를 자처하여 길을 따라나선 젊은 베네딕토회의 수녀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 창백한 물체는 환상이 아니었다. 그는 얼음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저 너머에서 꼼짝 않는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목덜미의 솜털이 쭈뼛 곤두섰다. 잠시 그것이 새끼 양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양보다 길고, 매끈하고, 늘씬하고, 희었다. 유리처럼 번쩍이는 얼음 너머, 창백하고 갸름한 얼굴의 커다랗게 뜬 두 눈이 똑바로 그를 보고 있었다. 작고 섬세한 손은 마치 항의라도 하듯 옆구리 위쪽으로 약간 올라가 있었다. 몸 전체가 희었고, 유일하게 걸치고 있는 속옷 역시 희었다. 속옷은 찢겨 있었다. 그녀의 가슴 부근에서 흙빛 얼룩을 언뜻 본 듯했지만, 열심히 들여다볼수록 그 얼룩은 차츰 형태를 바꾸더니 마침내 뿌옇게 흐려지고 말았다. 얼굴은 연약하고 섬세하고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