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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5394783
· 쪽수 : 302쪽
· 출판일 : 2020-11-20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하나, 사는 곳 여기
저렇게 빨리
사는 곳 여기
내 어깨
큰마음 먹고
오늘따라 불고 싶다
수문처럼 번져가는 색소폰 소리
오늘의 이곳
한편과 반편
남자, 동굴 속 황제
월요일의 약속
둘, 연구실 화분
버찌는 익었는데 사과꽃은
연구실 화분
흰 칼라 워킹 아이리스
신과 함께 가랍신다
장미와 잡초
이렇게 해서 다시 본 히파티아
그의 묘비엔 달랑 별 하나
11월과 폴크스바겐
오늘도 봤고 내일도 볼 것
이 나이에 연서를 쓰는 기쁨과 고통이라, 글쎄
상실과 회복
셋, 아궁이 상념
샛별이 등대
사방 울타리의 가시나무들
아궁이 상념
그때는 왜
밤나무 그늘 덕석의 의사 지바고
옆집 누나 금순이
나의 강과 엔도의 깊은 강
도서관, 그 젖혀진 커튼의 유리창
모캣불
넷, 쌍홍문 그 신화적 암굴
햇볕들도 재잘재잘
세월의 시선
그 옛날 논두렁
이렇게 일곱까지
어서 오시다
포로처럼 잡혀 와 어딘가 길로6
해와 드레스
쌍홍문, 그 신화적 암굴
누군가의 시선
다섯, 푸른 빛의 항케지
미지의 노래
수색의 왈츠도
푸른 빛의 항케지를
신화가 현실로
그해 겨울의 서울
비로소 원본 파일
닻을 내린 시인의 배
수색 그 물빛 무늬
이제 나 수색의 행로
여섯, 다시 몽유하는가
길 위에 서면
모르는 것에 대한 사색
우리 논의 참새와 남의 논 허수아비
겹친 고마움
대강 가시지라
매실 밭의 살구
다시 몽유하는가
그리움의 부피
일곱, 허물과 실물
허물과 실물
특별한 서울 경험 셋
수필처럼 살아야 산문처럼 풀어내야
미술관의 보행인
무설, 봄엔 안개 겨울엔 눈
수졸, 낮은 자리에서 낮음을 지키는
보석상의 자전거
화엄
책말미에
저자소개
책속에서
만덕 고갯길 이 길은 양옆에 나무들뿐이다. 숲속 도로는 아니지만, 교통량이 많은 도심의 도로치고는 숲속 길이라 불러도 될 만큼 숲이 짙은 금정산 끝자락 길이다. 늘어서 선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제각기 꽃들을 달고 있다. 생강나무꽃은 피었다 졌고 이어서 핀 산목련, 벚꽃, 산돌배, 아카시아 등이 연초록 잎들과 어우러져 숲을 형형색색 장식하고 있다. 꽃은 화려하다. 추운 겨울을 지나고 봄에 피는 꽃들은 움츠렸던 우리의 마음을 그들 꽃처럼 부풀게 하고 화사하게 한다. 그래서 핀 꽃들 사이로 핸들을 잡고 달려가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하이데거 철학은 어떤 면에서 고향 이야기다. 그는 이 시대를 ‘고향 상실의 시대’, ‘가난한 시대’라고 보았다. 세계는 황폐해졌고 신들은 떠나버렸으며 대지는 파괴되고 인간들은 정체성과 인격을 상실한 채 대중의 일원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것이다. 기술의 지배로 말미암아 자연의 근거가 사라지고 만 어둠의 시대를 가난한 시대라는 것이다.
아궁이의 불이 꺼지면 산골은 고요와 침잠의 늪에 빠진다. 그 속에서 또 소리가 들린다. 물론 겨울이니까 겨울의 소리이다. 봄엔 봄의 소리, 여름엔 여름의 소리, 가을엔 가을의 소리…. 밤, 밤송이 떨어지는 소리, 더러는 퉁 하고 들리는 감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밤도 감도 떨어지고 나면 밤 잎, 감잎 돌아누우며 서걱대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