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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7740472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2-06-1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속초에서 보내는 편지
1 사람의 풍경, 서점의 초상
밤의 서점에서
서점이 뭔데요
눈길 위에서 휘청이며 걷던 사람은
시그니처 북
당신의 아름다운 세탁소
너의 세계로 갈게
인증샷에 담긴 코닥 모멘트
서점 정원 연대기
오늘의 간판
내게는 낡은 비닐봉투가 있었네
선별의 미학
세월을 품은 보금자리
2 읽는 마음
우리가 보낸 첫 여름
부부싸움 중에 죄송하지만 책 좀 추천해주시겠어요?
한 톨의 마음
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
얼룩을 지우는 법
성장통의 맛
무뎌졌다고 믿었던 마음은
목이 마르지 않은 이유
초상화를 이어 붙인 풍경화
평정심이라는 시기
3 책들이여, 맡기신 분들을 찾아 가세요
유디트 헤르만을 좋아하세요?
나의 그림책 선생님
딸을 키우는 아빠라면
엄마와 봉선화
글쓰기를 위한 99개의 이야기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는
맹지와 고향역
설악의 시인
고독이 몸에 미치는 영향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렇다. 나는 정말로 ‘불편하게’라고 말했다. 그 단어가 본래의 의미 이상의, 뒤따라올 조치를 요구하는 일종의 강압적인 언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나는 그 뜻을 알고 그렇게 말했다. 돌아온 어머니의 대답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서점이 뭔데요.”
나는 정전이 일어난 것처럼 어리둥절해져 그만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속으로 같은 문장을 곱씹을 뿐이었다. 글쎄, 서점이란 정말 무엇일까.
한번은 중년의 여자 손님이 자기 아들에게 줄 책을 골라달라고 했다. 아들이 몇 살쯤 되었는지 묻자 그는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아들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는 말을 더듬거리면서. 마음에 위로를 주거나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책을 골라달라고 했다. 나는 자신 없이 고른 책 몇 권을 권해드렸다. 어두운 방에 있는 자식을 위해 책을 사려는 부모의 마음도, 내가 고른 책이 진정으로 그이에게 위로나 도움이 되리라는 가능성도, 그 순간 모두 내겐 까마득할 뿐이었다.
“안녕하세요. 저, 혹시 책 좀 추천해주시겠어요?”
부부 싸움 도중 졸지에 책 추천이라니. 잠시 의식이 혼미해지며 명쾌한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거울을 보진 않았지만 내 표정은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채 괴상하게 일그러졌으리라. 여긴 어디이고, 나는 누구인가. 손님의 입가에 묻은 엷은 미소로 보건대 우리의 부부 싸움은 조금도 알아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정신차리자. 여긴 서점, 나는 서점 주인이다. 말다툼엔 잠시 책갈피를 꽂아두고, 어서 눈앞의 신사에게 책을 추천해드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