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68341883
· 쪽수 : 420쪽
· 출판일 : 2024-04-22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진저리: 그러게 말이에요. 워런턴의 그린 로드에 있는 롤링그린 잔디 나무 농장에 진짜 골 때리는 물건이 있어요. 스티븐 도너번이라고, 완전 거짓말쟁이에 사기꾼이에요.
학부모회장: 가만…… 거기 10월에 뉴스에 나온 농장 아닌가요? 시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진저리: 맞아요. 그 자식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이유가 100가지는 될걸요.
글은 거기에서 끝났다. 마지막 대답 다음에 당황스러운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자기 집 정원에 깔린 값비싼 잔디가 조직범죄를 은폐했던 흙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더구나 이 메시지는 연대감의 표현에 머무르지 않았다. 수상한 불법 거래의 냄새를 풍기는 은어가 사용되고 있었다.
‘진짜 골 때리는 물건’은 계약을 뜻하는 말이 틀림없다. ‘이유 100가지’는 제시하는 가격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스티븐의 이름과 사업장 위치를 명확히 밝힌 데다, ‘그 자식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이 부분의 의미는 참으로 자명했다.
“그 정도면 내용에 아주 살짝 변화를 주기에 충분한 시간일 거예요.”
“무슨 변화요?”
“그 잘나가는 형사가 다시 등장하면 좋겠대요. 내 말 끝까지 들어봐요.” 내가 항의하려 하자 실비아가 말했다. “변호사는 그대로 둬도 좋대요. 하지만 독자들은 그 형사도 다시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어요. 그러면 내적, 외적으로 긴장이 더해지겠죠. 두 번째 연인이 등장하면 이야기는 한층 흥미진진해질 테고요.”
“삼각관계는 다루기가 워낙 까다로워서요.”
“그러면 3부에서 둘 중 하나를 죽여요. 남은 한 명이 주인공을 구하고 사랑을 이루는 거죠. 작가님 마음에 드는 쪽을 골라요. 일단 샘플에는 잘나가는 형사를 넣으라고요. 다음 주 월요일까지 2만 단어예요, 핀레이. 날 실망시키지 말아요.”
실비아가 전화를 끊었다.
쟁반의 기름 웅덩이에서 먹다 만 프레첼이 식어가고 있었다. 왜 내 주인공에게는 구해줄 남자가 필요할까? 왜 스스로를 구할 수 없다는 인상을 주었을까?
“핀레이?” 그녀의 시선을 따라 창고 안을 들여다보다가 나까지 얼어붙었다. “해리스를 파내러 갔던 날 기억나요? 내가 차고에 상자형 냉동고를 두는 건 정신 나간 짓이라고 했잖아요?”
“그랬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것 말고는 창고에 아무것도 없었다.
주황색 전기선을 따라 그늘진 안쪽 구석으로 시선을 옮겼다. 상자형 냉동고가 가만히 웅웅대고 있었다.
“무슨 허튼소리예요.” 숨이 가빠졌다. “사냥철이잖아요. 스티븐은 고객들이랑 가끔 사냥을 다녀요. ……골프나 다름없죠. 골프채 대신 총을 들 뿐. 아마 집 냉동실에 보관하기 힘든 사슴 고기라도 채워
놨겠죠.”
“웨스트버지니아 주 외딴 마을의 창고에?”
“그렇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럼 확인해봐요.” 베로가 나를 냉동고 쪽으로 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