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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 (지은이)
래빗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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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록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몰록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68343436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26-01-21

책 소개

듀나는 1994년 PC통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지난 32년간 120편이 훌쩍 넘는 소설을 발표한 의심할 바 없는 “한국 SF의 최고의 거장”(소설가 곽재식)이다. 그의 첫 장편소설 《몰록》은 2002년 웹진 〈이매진〉에 연재된 뒤 아쉽게도 오래 책으로 묶이지 못했는데, 24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2026년 새해 드디어 독자들을 찾아왔다.
한국 SF에 30년 넘게 벌어지고 있는 ‘듀나’라는 사건
오늘에야 초기작을 새로 읽을 수 있다는 기쁨


듀나는 SF 장르의 재료와 한국의 맥락을 성공적으로 결합해냈다. (...) 각각의 장르 재료가 지닌 잠재력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취다. (문화연구자 강은교)

초기 듀나 작품의 특징을 아주 단순화해 정의하자면 영미 장르문학의 장르 관습과 한국 문학의 세련된 문장이 결합된 형태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레퍼런스 삼을 국내의 SF가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에서 듀나는 이 둘을 재료로 자신의 기반을 다졌다. (소설가 이경희)

지금 SF가 존재하는 건 그걸 쓴 사람들이 옛날 SF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우리는 과거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옛 작가들이 하지 않은 걸 해야죠. 전 과거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과거가 없는 척은 더더욱 못 하겠고. (듀나 《씨네21》 인터뷰 중에서)

“듀나처럼 모르는 사람 많은 유명인이 한국에 또 있을까 싶다”는 이다혜 기자의 말처럼, 그의 기념비적인 업적에 비해 사적으로 작가에 관하여 알려진 바는 많지 않다. 주나 반스(Djuna Barnes)에서 필명을 따 왔다는 사실과, 유명한 토끼 사진 프로필,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 정도. 하지만 《태평양 횡단 특급》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대리전》 등 굵직한 작품을 발표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우리의 일상 공간과 익숙한 이름으로 창작된 SF소설의 가능성을 알게 한 그는 “한국 SF의 역사를 관통하는 기둥”(이경희)이라 불릴 만한 작가이다. 듀나의 작품은 이제 해외에도 다수 번역 소개되어, 2021년 펭귄랜덤하우스의 임프린트 판테온에서 출간된 그의 《평형추Counterweight》는 출간과 동시에 미국 《뉴욕 타임스》, 《와이어드》, 《나일론》 등에서 잇따라 호평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몰록》의 새로운 출발이 지금 한국 SF를 즐겨 읽는 많은 국내 독자에게도, 아시안 페미니스트 과학소설에 애정을 보내는 세계 독자에게도 반가운 사건이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힘에 잠식된 광기의 도시, 의천
문명이 존재했던 화성과 망해버린 지구를 맴도는 긴장감


수정중급학교가 어떤 곳인지 알죠? 국제적 화합을 도모한답시고 여러 나라 아이들을 한군데 밀어 넣고 구경하는 곳이에요.
당연히 이런 건 통하지 않아요. 지금이 어떤 때인데. 학교 애들은 대부분 패거리를 결성하고 있죠. 중국 애들은 중국 애들끼리, 러시아 애들은 러시아 애들끼리, 한국 애들은 한국 애들끼리요.
여기서 가장 손해를 보는 게 누군지 알아요? 바로 나 같은 박쥐들이에요. 학교는 전쟁터예요. 진짜 전쟁처럼 협정도 있고 조약도 있고 포로 교환도 있어요. 하지만 박쥐들에겐 그런 게 없어요. 보호해줄 패거리가 없으니까요. (p. 73)

몇백 년 전 일어난 환태평양 대지진으로 일본, 필리핀, 미국 서부 등지가 침몰해버렸고, 오늘날 우리의 기술이나 사회 체제와도 완전히 다르게 변화해온 평행우주의 지구. 여기에는 분단되지 않은 한국 북부, 그리고 공산주의 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 있는 20세기 말의 가상 도시 의천이 있다. 이 도시에서는 인접국 출신들로 이루어진 자치 지역구가 설립되어 각자 다른 문화를 이루고 정치적으로 대립하며 서로를 견제한다. 마약과 테러로 혼란스러운 지역이지만 지독한 관료주의 위에 그나마의 합리적 시스템을 이룬 국제도시이기도 하다. 이 세계의 독특한 지점 중 하나는 화성에 16세기까지 문명이 존재했다는 것으로, 서사의 전개 속에 미스터리한 신비를 더한다.

머리 없는 시체들이 가리키는 거대한 비밀
세 인물의 시선으로 밝혀내는 세계의 진짜 모습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 사이의 마흔두 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소설은 경찰 파견 근무자인 ‘나(현주)’와 스코르닉씨병으로 인해 약에 의존해야 하는 무영, 그녀의 사촌 동생이자 타인의 정신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한 미향의 시선이 시시각각 교차한다. ‘나’는 혼란의 도시 의천에서 발생한 머리 없는 사체 사건을 추적하며, 무영은 갑작스러운 실직과 가족들의 실종을 해결하며, 미향은 학교를 비롯한 의천시 사람들의 행동 양태를 관찰하며 조금씩 이 낯선 우주의 진실에 접근해간다.

작가 특유의 하드보일드한 문체와 능숙한 장르 문법이 돋보이는 듀나의 첫 장편소설 《몰록》. 흥건한 피와 불타는 건물로 가득한 이야기가 읽는 재미를 가득 채우면서도, 우리 세계의 모순을 꼭 닮은 문제들이 또 다른 디스토피아에서 더욱 뚜렷해지고, 관습적인 관점과 재현을 전복하며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당당한 소녀를 읽는 쾌감을 선사한다.

온갖 자잘한 수정에도 불구하고 《몰록》은 여전히 어리다. 이 이야기를 쓴 작가는 그 뒤 인류를 만신창이로 만든 어처구니없는 퇴행의 역사를 겪지 못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분노하고 이죽거리지만, 그 대상과 방향은 지금의 나와 다르다. 지금 보니 당시의 나는 그래도 지금의 나보다는 낙천적이었던 거 같다. 나는 그때의 나를 부러움과 연민의 눈으로 본다._‘작가의 말’ 중에서

목차

몰록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저자소개

듀나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 짧은 단편들을 올리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각종 매체에 소설과 영화평론을 쓰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94년 공동단편집 《사이버펑크》에 몇몇 하이텔 단편들이 실렸고, 이후 소설 《나비전쟁》 《면세구역》 《태평양 횡단 특급》 《대리전》 《용의 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제저벨》 《아직은 신이 아니야》 《민트의 세계》 《두 번째 유모》 《구부전》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평형추》 《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 《찢어진 종잇조각의 신》 《바리》 《2023년생》 《아퀼라의 그림자》 《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 《별이가 우리에게 왔을 때》 등을 출간했다. 논픽션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여자 주인공만 모른다》 《남자 주인공에겐 없다》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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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1999년 4월 1일 22시 45분, 의천시립예술극장 앞의 시민광장은 20여 분 전에 끝난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오페라 〈폭군 이반 제2부〉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광장과 거리는 한 시간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가랑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미처 우산을 준비 못 한 관객들은 노변을 가득 채운 택시와 인력거, 우산 장수들 틈에 끼어 버둥거렸다.


“하지만, 하지만 전 마약 중독자가 아니에요. 그 일들은 보기완 달라요!”
“어떻게 다르지요?”
“전 스코르닉씨병 환자예요. 제 의료 기록에도 나와 있어요. 7년 전부터 제 뇌는 신경전달물질을 제대로 생성해내지 못해요. 포위 때엔 어떤 종류의 약도 구할 수 없었어요. 그, 그 마약들은 모두 저에게 약이었어요. 전 이제 합법적으로 그 약들을 구입할 수 있는 자격증도 가지고 있어요. 통경에서도 그 사실을 인정하고 기록을 삭제해주었단 말이에요.”


얼핏 보기에 아이들의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러시아 애들은 러시아 애들끼리, 중국 애들은 중국 애들끼리, 한국 애들은 한국 애들끼리 몰려다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새로운 패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국적 이외의 다른 집단 구분은 없었다. 하지만 학교가 불탄 뒤로 서서히 새로운 집단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의 분리는 이전보다 훨씬 노골적이었다. 종교 구분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몇 안 되는 러시아계 무슬림 아이들은 자바섬 출신의 아이들과 동맹을 맺을 위기에 몰려 있었다. 경제적 계급 역시 예전과는 달리 분명히 구분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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