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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사상가/인문학자
· ISBN : 9791168614130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5-01-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우리 유대인
2. 발언권 사용
3. 겨울잠
4. 불안
5. 평등
6. 가늠할 수 없는 감정
7. 청산하지 못한 과거
8. 희생의 이상
9. 계몽의 변증법
10. 만남
11. 공화국
12. 종신형
13. 투표권을 갖는다는 것
14. 가능성
15. 경험
16. 각각의 정체성
17. 사과
랠프 엘리슨과 로버트 펜 워렌의 인터뷰: 무자비한 폭행과 희생의 이상
주
책속에서
억압은 현실이었다. 날이면 날마다 흑인이 백인의 폭행으로 죽어갔다. 범인 대부분이 유죄 판결은커녕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우리는 처벌받지도 않고 최악의 경우에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합법화되는 온갖 불의가 정의의 이념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을 알고 있다. 불의가 용인된다면 권리와 법에 어떤 권위가 더 있겠는가?
엘리슨은 아렌트의 입장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하지 않았고, 아렌트가 대의를 해치고 있다고 주장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렌트가 흑인의 상황에 대해 문외한이며 모든 흑인 어머니의 머릿속에 어떤 고통이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고 간단히 확인했을 뿐이다. 아렌트가 상상하는 ‘보호받는 유년기’가 미국의 흑인에게는 전혀 없었다. 수많은 흑인이 불안정하게 살았고, 일부는 엘리슨이 말했듯이 여전히 한 번도 “진짜” 신분조차 갖지 못했다. 당시에 신분이 없다는 것은 정식 출생신고도, 직업도, 보험 카드도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렌트가 볼 때 집단의 죄는 없다. 죄는 간단히 말해 언제나 개인의 행동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집단의 책임은 있다. 한편으로는 과거의 행위를 회고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동의 역사를 잊지 않으면서 미래 공동체의 회복을 기획할 책임이. 아렌트는 집단의 책임이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로 태어나기 위해 지불하는 대가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집단의 책임을 주장하기 위해 한편으로 노예제도의 유산에 대한 책임 있는 처리 방식을 모색했고,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공동의 정치적 “약속”을 찾아내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