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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여성학/젠더 > 동성애/성소수자
· ISBN : 9791168614888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5-08-18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1. 당연한 장례, 당연한 애도는 없다: 삶과 죽음에 걸친 위계와 차별을 정치화하기
애도는 왜 정치적인 의제인가
변화하는 가족과 불화하는 장사법
2. 퀴어의 돌봄은 어떻게 정치적 문제가 되었나
‘이름 없는’ 돌봄
‘대가 없이’ 주는 가장 친한 친구
3. ‘자격 없는’ 관계들이 수행하는 애도의 장에서의 차별
이름 없는 빈소
편집된 장례식장
“모든 것을 파트너에게 일임한다”
박탈된 애도
이름 없는 활동들
4. 퀴어로서의 장례: 대안적인 애도와 저항
퀴어로서의 정체성을 지우지 않기
퀴어-친족으로서 장례에 개입하기
원가족과 퀴어의 마주침 공간
5. 퀴어커뮤니티의 애도: 무명의 죽음에서 이름 있는 삶으로
장례식장에서 미처 못했던 ‘우리끼리’만의 애도: 친구사이
무지개텃밭에서 광장까지, 애도를 통해 생성되는 관계성: 행성인
접근 가능성으로 여는 추모의 공간: 케이시느루모모와 친구들
코로나19를 겪은 광장에서: 키스 앤 크라이,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6. 퀴어한 장례와 애도 문화를 위하여
‘나다운 장례식’과 사후자기결정권
애도할 권리와 가족을 구성할 권리
장례비용의 문제
소수자의 삶을 이해하는 의료, 돌봄, 죽음
다채로운 애도의 방식
나가며
책속에서
편집자의 말
흔히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고들 말합니다. 보유한 재산이 얼마든 인종이 무엇이든 언젠가 우리는 모두 죽음을 맞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내가 단지 나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충분한 애도를 받지 못한다면, 나의 정체성 때문에 평생을 함께하며 유대를 이어온 사람의 장례를 주관할 수 없다면 그것을 과연 평등한 죽음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성소수자는 바로 이러한 이유로 파트너의 죽음에 있어 아무런 권리를 갖지 못합니다. 고인의 사망을 신고하고 그 이후의 일을 처리하는 데도 삶의 동반자로서의 자격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법에서 정한 고인의 가족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혈연 또는 결혼으로만 법적 가족을 이룰 수 있는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은 죽음과 그 이후의 과정에서까지 무수한 차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자신에게 중요한 파트너, 친구, 동료를 떠나보낸 퀴어들을 만나 그들이 죽음과 장례의 과정에서 경험한 차별과 배제의 경험을 들었습니다. 책에는 이들이 경험한 차별의 이야기뿐 아니라 퀴어들이 기존의 제도에 저항하면서 어떻게 고인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대안적인 장례와 애도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그 다채로운 변화의 모습 또한 생생히 담겨 있습니다.
애도할 권리와 애도받을 권리는 단지 퀴어들만의 문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1인가구의 비율이 4인가구의 비율을 앞지른 지 이미 오래되었고, 혼인 건수 또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등장하는 흐름에서 누구와 의지하며 살 것인지, 누구와 나의 죽음, 장례, 그 이후의 과정을 결정할 것인지는 우리 모두의 문제와도 만납니다. 『퀴어한 장례와 애도』가 보여주는 기존 가족 밖의 관계, 돌봄, 애도의 이야기가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경험하는 모두의 의제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_이혜정 편집자
누가 나의 인생에서 유대하는 존재인지 누가 나의 연고자인지는 혼인이나 혈연으로 미리 정해질 수 없으며, 이성애 가부장제 가족제도를 공고히 하는 장례문화는 변화하는 시민들의 생애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성애 가부장제 장례문화로 인한 충돌은 소수자의 이슈만이 아니라 기존 가족관계 안에서 요청되고 있는 변화와도 만난다. 평등한 관계에 대한 인정과 애도할 권리는 장례문화 전반에서 작동하는 성차별적인 장례문화, 이성애 중심적인 가족문화에 대한 변화 속에서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