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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유럽사 > 중부유럽/북유럽사
· ISBN : 9791169091138
· 쪽수 : 412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장 색채, 말씨, 소리
2장 도시
3장 사람
4장 정치와 권력
5장 1900년 세대
6장 불행의 씨앗
7장 그 이후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도나우강은 빈보다 부다페스트에서 더 빠르고 깊게 흘렀다. 강물은 종종 낮은 부두까지 범람했고, 소용돌이치는 물 덩어리의 모습과 굉음은 두려움을 일으킬 정도였다. 4월 말에는 진줏빛 안개가 굽은 강과 다리와 부두를 휘덮고 언덕 위 왕궁까지 들이쳤다. 이 빛은 긴 여름 아침을 거쳐, 성숙하고 선명한 늦은 9월까지 계속되었다.
부다페스트의 가을은 짧았다. 어쨌든 가을의 아름다움은 너무도 빨리 성숙해버리는 여인처럼 또는 헝가리 남성의 우울처럼 예측할 수 없는 것이었다.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해 질 무렵에 날아다니는 것만이 아니라, 1900년경 부다페스트에 살던 헝가리 최고의 작가들도 마음속에 가을을 품고 있었다.
부다페스트는 문학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고대 헝가리어는 19세기 초의 애국적인 작가와 고전주의자들이, 때론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어휘를 보강하고 재구성함으로써 풍부하고 힘이 넘치는 유연한 언어, 서술적·시적·서사적 표현이 가능한 언어가 되었다. 그러나 헝가리어는 유럽 언어 중 고아와 같은 처지였다. 헝가리어는 라틴어, 독일어, 슬라브어 계열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헝가리 문학은 헝가리 지역 외에서는 메아리도, 반향도, 평판도 얻지 못했다. 19세기 내내 오직 한 명의 헝가리 작가 요커이 모르의 작품만이 외국에서 종종 번역되었지만, 그나마 1900년 무렵에 그의 소설은 형식과 범위에서 낡은 것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1900년 부다페스트는 문학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모든 헝가리 작가가 그것을 알고 있었다. 19세기 국가의 문학적·문화적·정치적 부흥기에 활동한 위대한 시인과 작가 중 부다페스트 출신은 없었다. 1900년에도 이런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그들 모두는 중력에 끌리듯 부다페스트에 이끌렸다. 그들이 부다페스트에 살게 된 것이 단지 그들의 작품을 구매해주는 신문사나 출판사가 가까이 있다는 장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이 도시의 분위기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