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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의 눈물

사투리의 눈물

(AI시대 언어의 통합관리를 위한 충고)

이상규 (지은이)
한국문화사
32,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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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의 눈물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사투리의 눈물 (AI시대 언어의 통합관리를 위한 충고)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기호학/언어학 > 한국어/한문
· ISBN : 9791169190046
· 쪽수 : 420쪽
· 출판일 : 2022-07-16

목차

머리말

01 왜 언어 다양성이 중요한가
1. 언어 지배와 공존
2. 위기에 처한 언어의 다양성
3. 생물 언어적 다양성의 공동지대
4. 의식주 생활의 변화와 방언의 절멸
5. 인구 감소와 생태 위기
6. 우월한 언어란 존재하지 않는다
7.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얽힌 두 가지 이야기
8. 권력 중심주의의 권위적 산물인 서울말
9. 사전 둥지 바깥 국어, 절멸 위기 징후
10. 국어의 외연을 넓히자

02 내팽개쳤던 금쪽같은 방언
1. 언어 식민주의
2. 국어와 표준어 그리고 방언
3. 언어적 죄의식
4. 언어의 사회적 계급
5. 방언과 민속
6. 방언의 종다양성은 문화적 다양성
7. 방언과 음식 문화
8. 세시 풍속과 놀이의 방언
9. 방언 차이의 유형과 분화 요인
10. 방언의 공간 분화 모형

03 방언, 표준어와 문화어의 소통
1. 겨레말 공통어로서 내면의 소통
2. 겨레말큰사전에서 방언
3. 언어 횡단으로서의 겨레말큰사전

04 문학 작품에 비친 언어의 주술
1. 언어의 위반, 시적 창조
2. 고전 속의 방언 차이
3. 지역방언과 문학
4. 상희구 시인의 경상도 방언으로 쓴 시평

05 지식 정보의 둥지
1. 국어사전의 위치와 역할
2. 우리나라 어문 정책의 현 주소
3. 남북 언어 이질화 무엇이 문제인가?
4. 남북 학술ㆍ전문 용어 통일을 위한 법률적 검토
5. 사전은 현재와 과거를 잇는 징검다리
6. 문화콘텐츠로서의 기호
7. 방언, 문화원형
8. 토착 지식의 활용과 과제
9. 마지막 보루, 창조적 문학 언어
10. 웹 기반 언어 지식 정보 처리

06 식민 국어에서 세계 언어로
1. 황국 식민화 정책과 조선어
2. 사투리의 눈물
3. 쉽고 다양한 방언을 버린 대가
4. 표준어 제정 과정과 배경
5. 방언을 되살리기 위해
6. 남북 언어 통일을 향한 노력
7. 남북의 언어 차이

07 우리가 함께 지켜내어야 할 절멸 위기의 제주어
1. 제주어는 세계 유산
2. 언어 다양성에 대한 인식
3. 언어 절멸의 진행
4. 언어 절멸에 대한 대처
5. 우리나라에서 방언의 절멸
6. 생태계 보존의 열쇄는 언어
7. 제주지역어의 생태 지수 측정
8. 왜 제주방언이 중요한가?
9. 제주특별자치도에 ‘국립방언연구원’ 설립 추진을
10. 유네스코 세계 무형 유산 등재

08 AI 기반 방언 기록 정보 확장 전략
1. 지식의 둥지
2. 지식 정보의 대용량화(Corpus)와 온톨로지
3. 온톨로지는 다층적 입체적인 지식체계
4. 텍스트 이미지의 문자 전환(OCR)
5. Block Diagramm 문자 이미지의 알고리즘과 딥러닝
6. 한글 이미지 Block Diagramm 인식과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7. 딥러닝 인공지능 모델
8. 문자인식 알고리즘 라벨링
9. 방언 AI 빅 데이터 구축

09 방언의 미래를 생각한다
1. 방언연구 목적의 확장
2. 표준어와 남북언어의 문제
3. 방언 연구 목적과 필드의 변화
4. 정태적 방어지도에서 동태적 방언지도로
5. 방언 변이의 풍속화

참고문헌

저자소개

이상규 (지은이)    정보 더보기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방언조사연구원, 울산대학교 조교수, 경북대학교 교수와 제7대 국립국어원장, 교육부 인문학육성위원, 통일부 겨레말큰사전편찬위원 및 이사와 대학민국 국회입법고시 출제위원을 역임하였다. 현재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어문학회 회장, 국어학회 평의원, 한국 방언학회 부회장 등 학회 활동과 더불어 『경북방언사전』(2002 학술원 우수도서), 『언어지도의 미래』(2006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훈민정음 통사』(2014 한국연구재단 우수도서), 『증보훈민정음발달사』, 『한글고문서연구』(2016 학술원 우수도서), 『사라진 여진어와 문자』(2014 문화체육관광 우수도서), 『한글공동체』(2015 세종도서 학술부분 우수도서), 『명곡 최석정의 경세훈민정음』(한국연구제단 저술출판지원사업, 2018), 『방언을 지도에 입히다』(민속원, 2019) 등의 저서와 국어학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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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머리말


지난 세기 동안 서방 제국의 식민지 정책으로 언어 다종성이 무너지거나 다양한 언어 변이형이 획일화되고 있지만, 언어학자들은 이러한 중요한 문제를 의식하지 않고, 언어 내부의 구조 분석 쪽으로만 몰입해 왔다. 인류 문화와 역사의 증거이자 가치 있는 자산인 다양한 언어나 방언이 절멸되는 것은 인류의 지적 문명의 재앙이자 다가올 불행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부족이나 민족의 언어나 방언은 나름대로 가치를 지니고 있고, 사용자들 삶의 지혜와 생존 전략뿐만 아니라 감정과 정서가 반영되어 있어, 그들이 언어와 관련해서 사회적 결속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값진 인류문화 자산이다.
AI시대 언어는 지식 정보 자산의 핵심이나 음성, 이미지, 텍스트가 지식 자산인 시대에 이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운용하는 전략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이다.
이 글은 피지배 민족과 부족의 언어 혹은 그들의 방언이 겪어야 했던 식민지 시대의 고통과 우여곡절을 되돌아보는 언어관과 문화관에 대한 일종의 반성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떤 언어나 방언이 사멸한다는 것은 인문사회학자들에게는 그들이 공유하던 사람들의 귀중한 지적 재산의 상실을 의미하며, 결국 그 언어가 나타내는 문화 체계의 소멸로 귀결되는 인류문화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남쪽의 한국어나 북쪽의 조선어도 한낱 일개 변방 언어로 전락하거나 절멸되지 않을까? 이들 언어로 구성되는 우리의 문화도 영어에 떠밀려 일개 변방 잡종 언어문화로 몰락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어떤 공동체의 언어가 다른 공동체의 언어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이론화하는 것은 바로 식민 언어지배의 시도를 정당화하는 데 가담하게 만든다. 조선조 오랜 시간 동안 한문과 한자가 우리의 말과 글을 대체해 왔고 또 일제 식민지 동안에 일본어가 우리의 말과 글을 지배했으며, 그 이후 영어가 우리 말과 글을 포식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소수가 사용하는 영어가 타갈로그어를 비롯한 3개의 주요 원주민의 언어를 지배하고 있다. 필리핀의 모어가 스페인, 일어, 영어로 교체된 슬픔을 노래한 필자의 시 「에르미따 4」이다. 자기의 모어를 상실한다는 일은, 그것도 외부의 힘에 의해 강압적으로 약탈당하는 일은 영혼을 빼앗기는 일이다.

타갈로그 모국어를 삼켜버린
그대의 혀와 입속
스페인어와 일어와 영어
언어가 언어를 살해한다.

그녀의 것은 모두 잃어버렸다.
조국과 어머니 그리고 삼촌
타갈로그어가 비켜선 자리에
그래도 그런 지나간 추억이 있는 한
그녀의 삶은 영원할 것이고

그런 지나간 일을 되돌아보는 일 또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사랑도 그렇다.
우리들 모두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사랑이
어떠한 것인지 한 번쯤 그려보자.

급소 깊숙이 박혀 있는 가시
제국주의의 높은 유산
그대는
연약하고 애처로운 에르미따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어두운 그늘이다.
-이상규의 「에르미따 4」

튀니지에서도 프랑스어가 아랍어, 몰타어, 이탈리아어를 지배하고 있다. 루이-장 칼베(2004)는 초 중심 언어인 영어에 종속된 프랑스어, 스페인어를 비롯한 주변 언어들이 언제, 어떻게 잡아먹힐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와 마찬가지의 논리로 한 언어의 내부를 들여다보자. 근대 국가주의 이념과 결합하면서 국어(예를 들어 표준어와 문화어)가 초 중심 언어의 자리를 차지하고 변방의 언어인 방언은 주변 언어로 인식하게 되었다. 주변 언어인 방언은 국어를 견고하게 하고 국어의 위엄을 갖출 수 있도록 역사성을 뒷받침해 주는데도 불구하고 방언을 타자화하여 희극화의 대상으로 또는 열등화의 대상으로 치부하고 있다. 어쩌면 국어와 방언의 차이는 언어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영역이나 대중의 심리적인 문제에 속하는 것일지 모른다.
언어학자들이 모호하게 혹은 그릇 규정했던 ‘방언’을 식민지배자들이나 표준어 중심주의자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모호한 말”로 그 가치를 폄하하고 훼손시켜 왔다. 표준어는 잘 다듬어진 상태로 분화되고 규범화된 형태이고 ‘방언’은 가치가 떨어지는 다양한 하위 변이형을 가진 것으로 잘못 이해해 왔다. 민족적 특성을 드러내는 규범어로서의 ‘표준어’는 정치ㆍ문화 영역에서 우위를 점유하여 동일한 위상을 가졌던 주변의 방언을 포식하면서 발전했다. 언어와 언어가 지배 종속관계로 변환되는 언어 식민주의화 현상과 더불어 개별 언어 내부에서도 국어와 방언, 또는 표준어와 방언, 중심 방언과 주변 방언이 상호 지배 또는 포식의 관계로 변화했지만 대부분의 언어학자들은 팔짱을 끼고 관망만 해왔다. 언어 식민주의화와 언어 포식은 결국 언어나 방언의 다양성을 깨트리는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국어와 방언이라는 용어를 정확하게 정의 내리기도 힘이 들지만 그 용어가 언어의 식민화와 언어 포식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국어와 방언이라는 이분법적인 명칭을 버려야 한다. ‘방언’은 억압을 받은 하나의 언어이며, ‘국어’는 정치적으로 성공한 하나의 방언일 뿐이다. 국어와 방언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표준어와 방언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언어학이 공인되지 않은 제국주의를 수호하는 수단으로 탈 없이 그 들러리를 해낼 수는 없다.
지난날 우리는 삶의 편의주의를 위해 모든 것을 표준화함으로써 편리함이라는 것을 손에 쥐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비표준의 것들은 인간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절멸의 운명을 맞이해야만 했다. 이 표준화라는 함정 때문에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들의 종의 다양성이나 인류 문화의 다원성이 무너지는 불균형이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본이 지배하는 중심부는 거대하게 발전하였지만 변두리는 차츰 생명력을 잃고 퇴락하는 운명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이제 거시적 관점에서 미시적 관점으로, 표준화에서 다원화의 관점으로, 지역 중심에서 변두리로 우리의 눈길을 되돌려야 한다. 지난 세기 수수방관하여 잃어버린 인간 삶의 유산을 다시 복원하고 이를 불러 모아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죽어가는 강을 살려내고 사라진 새와 물고기가 다시 되돌아오도록 노력해야 하듯이, 소수의 언어인 변두리 방언의 미학이 우리의 일상 속에 소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I의 발달로 인간의 지식 정보를 빅데이터로 처리 가공하여 활용하는 시대에 지금까지 비표준이라는 이름으로 밀쳐내었던 변두리의 언어와 노동생산 현장의 생활어들도 소중하게 갈무리하여 그 활용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식민지 시대에 일제와 함께 민족 언어학자들 다수가 합의하여 만든 ‘표준어’는 한동안 우리의 근대화를 위한 여명의 이정표 역할을 해왔다. 나라 안의 다양한 방언을 포식했음에도 불구하고 권위와 신비로 감싼 표준어의 절대 권위에 어떤 누구의 비판도 허락하지 않는 학단의 종속적 도제주의 태도를 개혁해야 한다.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긴장 관계로 버텨온 남의 ‘표준어’가 북의 ‘문화어’를 표준어의 사생아 또는 인위적으로 왜곡한 표준어의 변종쯤으로 인식하거나 그 반대로 표준어는 외세의 언어에 찌들고 오염되었기 때문에 주체적인 민족어의 수치로 받아들이는, 남과 북의 차이 나는 이 언어관의 긴장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남북 간의 언어 이질화를 오히려 공통 민족 언어의 풍부화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가? 남북의 언어를 하나로 담는 방안은 과연 없겠는가? 그러한 측면에서 방언의 풍부한 미학을 통합적 개념으로 서술해야 한다. 남북 간 민족 공통의 방언을 수집하여 보전하기 위해 2006년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조사가 실시되었으나 이마저 중단되어 있는 상황이다. 통일 국어의 기초는 바로 이러한 변두리의 언어인 방언의 수집을 통합한 공통언어 정책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고대사 연구가 옛 고토에 거주하던 사람이나 그들의 사용하던 언어나 소통문자에 대한 고려 없이 기술하고 있다. 만주퉁구스 지역의 고아시아족이나 여진 부락인들을 투명 유령인간으로 생각하고 기술한 고조선사와 부여사, 고구려와 발해사를 일민족 국가사로 기술하려는 주체사관에 토대를 둔 고대사가 마치 상상 소설처럼 비치는 이유이다.
방언은 변두리 사람들이 아끼고 사랑해 왔으며 아직 온기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근대화의 이정표였던 표준어의 지평을 더 넓히면서 방언을 새로운 각도에서 재해석하려는 노력을 언어 규범을 멸시하는 행위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내팽개쳐진 언어문화 유산에 대한 안타까움, 이제 사라져 버리면 다시는 재현하지 못할 현실 앞에서 언어와 방언의 소중함을 호소하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따라서 이 책은 거창한 학문적 담론이 아닌 담담한 일상의 느낌을 담아낸 목소리이며, 언어와 문화에 대한 나 자신의 반성문임을 전제해 둔다. 앞으로 격렬한 논쟁의 담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지가 많다 하더라도 한 개인의 사유의 성과라는 점을 존중해 주기 바란다.
이 책의 구성은 일부 논문으로, 책으로, 혹은 기조 강연을 한 글을 모아서 새롭게 구성하였다. 특히 2019년 11월 11~13일 사이에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개최한 「절멸 위기의 제주어 보전을 위한 부흥 방안, 세계언어학자들에게 듣는다」라는 주제로 개최된 국제학술회의에 필자가 기조 강연을 한 내용과 필자가 방언학회에서 고별 강연으로 행했던 「방언의 미래를 생각한다」라는 글을 맨 마지막에 실었다. 제주방언은 그 기원이 제주어였으며 한반도와의 교류와 교섭을 통해 한반도와 유사한 방언 변종으로 발달되었다. 따라서 그 역사적 유래와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우리나라 방언을 종합적으로 수집 관리하는 국가기관 설립의 당위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이 책은 생태적 관점에서 언어와 방언의 다양성을 주장해 온 필자의 고뇌와 생각이 담겨 있는 책이다. 우리 함께 절멸 위기 방언의 찬가를 들어보자.


01 : 왜 언어 다양성이 중요한가 :

1. 언어 지배와 공존
1927년 프랑스 식민 통치 아래에 있었던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 출신인 아만두 쿠루마Ahmadou Kourouma가 쓰고 유정애가 한국어로 번역한 ��열두 살 소령��(미래인, 2008)이라는 소설에 이런 대목이 있다.

“나는 네 권의 사전을 갖고 있다. 라루스 사전, 쁘띠 로베르 사전, 아프리카 대륙에서 쓰는 프랑스어가 나와 있는 특수 어휘 사전, 그리고 하렙 사전이다. 내가 똥같은 내 인생, 빌어먹을 내 인생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그럭저럭 들어줄 만한 프랑스어로 말할 수 있는 건 이 사전 덕분이다. 이 사전들은 내가 말하기 어려운 말을 설명하고 싶을 때 도움을 줄 거다. 이 사전으로 내가 사용하는 속어나 중요한 말들을 찾고 확인하고, 그 뜻을 설명할 것이다. 내가 떠들어 댈 이야기는 식민지의 백인 지배자들과 아프리카 흑인 토착민들은 물론 프랑스어를 쓰는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읽어야 하기 때문에 설명을 잘 할 필요가 있다. 라루스 사전과 쁘띠 로베르 사전으로는 프랑스에서 쓰이는 어려운 단어들의 뜻을 찾아 아프리카 흑인 원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프리카 프랑스어 특수 어휘 사전을 잘 이용하면 아프리카의 어려운 말들을 백인 프랑스인들에게 알려 줄 수 있다. 한편 피진 영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프랑스어권 사람들에게 피진 영어 속어들을 설명하고 싶을 땐 하랩 사전을 찾아 볼 것이다. 「중략」 여기서 잠깐 부족에 대한 설명을 좀 해야겠다. 우리가 사는 호로두구에는 밤바라와 말랑케, 두 부족이 있었다. 쿠루마, 시소코, 디아라, 코나테, 디울라 같은 가문들은 우리 말랑케족에 속했고 이슬람교도였다. 말랑케족은 원래 이방인이었지만 알라의 말씀을 섬겨온 사람들이다. 하루에 다섯 차례 기도를 했고 야자 열매로 담근 술은 마시지 않았다. 돼지고기는 물론, 발라 같은 물신 숭배자가 잡은 짐승의 고기도 먹지 않았다. 다른 마을에는 밤바라족이 살았는데, 이들은 우상 숭배자들이었고 이슬람교를 거부한 카프로들이었다. 또 미개인인 데다 토착 종교를 믿는 마법사들이기도 했다. 밤바라족은 로비나 세누포스, 또는 카비에스라고 불리기도 했다. 여기가 식민지가 되기 전에는 발가벗고 다녔다는 이들이야말로 진짜 토착민들, 곧 진짜 옛날 땅주인들이다.”

그렇다.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의 한 마을에는 밤바라족과 말랑케족, 그리고 그 옛날 토착민들이 프랑스의 지배 아래 살면서 그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네 가지의 사전을 사용하는 소통의 질서를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이 소설은 이러한 내용을 주제로 다룬 것은 아니지만 식민 지배의 언어 침탈에 대한 고발과 지배자의 언어와 토착민의 언어 간의 갈등과 또 종교의 충돌을 통해 망가져 가는 12살짜리 주인공의 처참한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네 권의 사전을 가지고 있어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대단히 불편하고 비생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배자의 언어인 프랑스어를 습득하면 될 일을 왜 이처럼 여러 가지 불편한 언어를 학습해야 하는가에 대해 간단하게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실마리는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다. 지난 15세기 이후 서구 유럽의 지배 언어를 중심으로 피지배 국가나 민족 또는 부족들에 대한 언어지배가 강력하게 또 줄기차게 진행되어 왔다. 여러 제국은 기호(문자와 언어)를 지배함으로써 완성된다. 그러나 기호를 지배해 왔던 어떤 제국도 결코 영원하지는 않았음을 우리는 인류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응구기와 시옹오가 쓰고 박혜경이 옮긴 ��마음의 탈식민지화-내 마음 담는 그릇, 모국어Decolonising the Mind��(수밀원, 2007)에서 “권력이 다른 사람의 영혼을 매혹하고 사로잡아 포로로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매개는 언어이다. 총탄은 육신을 종속시키는 수단이고, 언어는 정신적 종속 수단이다.”라고 말하고 있듯이 언어(기호 곧 문자, 그림, 텍스트, 아이콘, 오디오, 비디오, 이미지, 영상 등을 총칭)의 지배 방식은 제국의 논리에 감추어 둔 독수리의 발톱과 같은 숨겨진 무기이다.
21세기에는 최소한 세계 언어의 절반 정도가 절멸해 버릴 수 있다고 한다. 걷잡을 수 없는 언어의 혼종이 대량으로 출현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무슨 일 때문에 이 다양한 목소리가 침묵하거나 뒤섞이게 되는 걸까? 지난 세기 서방 유럽의 몇몇 국가 언어가 아프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뉴기니, 아메리카에 살던 수많은 원주민의 언어를 포식glottophagie하였다. 언어의 식민지화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영어의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의 국가와 민족 그리고 부족들에 이르기까지 영어가 온통 세계를 지배할 기운이 보인다. 이미 영어 그 자체가 엄청나게 다양한 변이형을 가진 변종Variation이나 혼종의 영어로 둔갑하여, 지난 세기에 무서운 속도로 죽어간 토착민들이 사용하던 언어의 자리를 다시 메우거나 뒤섞이고 있다. 토착민의 언어는 지구에서 한번 없어지면 대체할 수 없는 천연자원과도 같은 것이다. 언어의 다양성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우리가 끌어와 쓸 수 있는 지적 기반도 함께 낮아지기 때문에 인류의 환경 적응력은 현저히 감소된다. 우리 주변의 다양한 언어와 방언이 두려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절멸해 가고 있는데도 그 누구도 이런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2백 년 동안 식민 지배, 벌목, 채광, 태풍, 산불, 이민, 고용, 국제결혼, SNS 등 언어 혼류, 다국적기업의 침투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언어의 절멸이 가속화되었다. 이처럼 언어의 절멸은 다양한 생물 종의 절멸이나 뒤섞임 위협과 마찬가지로 인류가 당면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생물 종의 다양성이 무너지면 지구의 위기를 예견할 수 있듯이 언어 다양성의 절멸 현상도 인류의 지적 문명의 재앙이자 다가올 불행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지배 언어가 피지배 언어를 잡아먹는 언어 식민주의와 마찬가지로 나라 안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도시 언어(표준어)가 변두리 언어(방언)를 잡아먹는 관계, 곧 도시 언어가 지배 언어로, 변두리 언어가 피지배 언어의 관계로 대응된다. 나라 안에서도 어떤 중심의 공동체가 변두리 공동체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것을 이론화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언어 지배의 시도를 정당화하고 있다. 중심에 자리한 표준어 그리고 변방에 자리한 죽어가는 방언들을 바라보면서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새로운 결심을 해야 할 때이다. 멸종으로 치닫는 생태계의 현상과 같이 죽어가는 강물, 물고기, 새들, 사라져 가는 나무와 들풀처럼 그것들을 명명하던 변두리의 방언도 함께 저 세상으로 보내야 할 것인가. 소수 변두리의 언어인 방언의 미학을 되살려 내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서 절멸 위기 방언으로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발전이든 그 발전은 다양성이 전제되어야 하며, 오직 다양성이 보장될 때만이 진보적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언어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상규ㆍ조태린 외 공저인 ��한국어의 규범성과 다양성��(2008:31-32, 태학사)에 실린 김진해 교수의 「중심 지향의 문화 넘어서기」에서 표준어와 방언과의 끌어당기는 힘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표준어는 다시 자본 지배의 언어인 영어에 지배되지 않을 수 없음을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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