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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한국전쟁 이후~현재
· ISBN : 9791170434832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23-12-26
목차
들어가며_
우리가 살았던 시간, 성장의 그늘과 민주화의 이면
1부. 성장의 시대, 자유는 있는가
_빵과 장미의 시간들
혁명을 불러온 가장 대담한 부정_3.15 부정선거(1960)
간첩의 시대에 독재 권력은 무탈했다_동백림 간첩 사건(1967)
유기당한 빈민들의 원한과 분노가 낳은 도시_광주대단지 사건(1971)
위기의 독재정권이 감행한 ‘문화적 벌목’_연예인 대마초 파동(1975)
나체 시위부터 똥물 세례까지_동일방직 여직공 복직 투쟁(1976)
5월의 광주는 어떻게 갱신되고 지속되는가_5.18 광주민주화운동(1980)
특별생방송이 이뤄낸 30년 만의 재회_이산가족찾기 특별생방송(1983)
87년 체제의 계승과 극복을 위해서_6월 민주항쟁(1987)
14대 대선 정국을 뒤흔든 희대의 막장쇼_초원복국집 사건(1992)
냉전시대 간첩이 된 천재 이방인의 비애_무함마드 깐수 간첩 사건(1996)
2부. 역사를 바꾼 몰락의 얼굴
_욕망과 추락의 시간들
‘엿 먹어라’와 ‘치맛바람’의 기원이 된 중학 시험_무즙 파동과 입시 비리(1964)
사카린 밀수부터 똥물 투척까지_사카린 밀수와 국회 오물 투척 사건(1966)
천재의 비참한 말로가 비추는 것들_김웅용 천재 소동(1967)
개발 신화와 성장 사회의 부실한 민낯_와우아파트 붕괴 사고(1970)
성탄절에 일어난 세계 최대 호텔 화재 참사_대연각 화재 사건(1971)
네온사인도 꺼버린 새해 벽두 오일 쇼크_석유 파동(1973)
한국 경제를 마비시킨 ‘건국 이래 최대 사기극’_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1982)
사라진 국보 274호의 기막힌 비밀_별황자총통 발굴 조작 사건(1992)
고도성장기 끝자락의 살풍경을 노출하다_성수대교 붕괴 사고(1994)
몰락한 사회가 드러낸 끔찍한 자화상_삼풍백화점 붕괴 사고(1995)
3부. 시대가 낳은 범죄의 재구성
_죄와 벌의 시간들
한일협정으로 성난 마음을 잠재운 국보 도난 사건_난중일기 도난 사건(1968)
“자백은 했으나 범행은 하지 않았다”_박상은 피살 사건(1981)
사이비 종교의 번성과 교주의 악행_오대양 집단자살 사건(1987)
전국으로 생중계된 사상 초유의 인질극_지강헌 탈주 사건(1988)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말라는 경고를 날리다_우지 라면 파동(1989)
먹는 물을 사 먹기 시작하게 된 사건_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1991)
세기말 타락한 세상에서 구원을 기다린 사람들_휴거 소동, 다미선교회 종말론 사건(1992)
평온한 서울 하늘 아래 울려 퍼진 총성_무장탈영병 도심 총기난동 사건(1993)
부모 자식 간 도리가 지켜지기 어려운 사회_박한상 존속 살해 사건(1994)
4부. 한국 현대사 속 만들어진 괴물
_분노와 슬픔의 시간들
춤추는 여자들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남자들_‘자유부인’ 논란(1954)
“법은 순결한 여성의 정조만을 보호한다”_박인수 사건(1955)
만화가 사람을 죽였다는 편협한 시선_정병섭 군 자살 사건(1972)
야만의 시대,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된 성폭력_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1986)
태평성대의 이면, “생때같은 자식이 사라졌다”_어린이 유괴 사건(1980~90년대)
“괴물을 죽였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_김부남·김보은 사건(1991~1992)
약탈과 방화에 맞선 한인들의 고군분투_LA 한인타운 흑인 폭동(1992)
어느 미군이 저지른 가장 잔혹한 성범죄_윤금이 피살 사건(1992)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4.19 혁명은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승리한 민주주의 시민 혁명’의 사례이기도 하다. 1960년 4월 19일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학생부터 교수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수많은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성난 시위대는 이승만이 머무르고 있던 경무대를 포위한 뒤 이기붕의 처소가 있던 서대문으로 기수를 돌렸다. 경무대보다 더 위세가 높다던 서대문 이기붕 자택은 시위대에게 점령됐다. 이기붕의 집안에는 온갖 귀중한 물건들이 많았다.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냉장고에 있던 참외와 수박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름에나 먹어볼 수 있는 과일이 이른 봄, 집안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해 12월 사람들 사이에선 대마초를 피운 연예인 이야기뿐이었다. 간첩으로 몰린 청년들이 재판도 제대로 받지 않고 하루 만에 사형 집행을 당한 ‘민청학련 사건’은 금방 잊혔다. 오일 쇼크 때문에 물가가 앙등해 서민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지만, 김추자가 대마초를 펴 그렇게 기이한 춤을 출 수 있었다는 이야기만 꽃을 피웠다. 마침 그해 박정희 정권이 발표한 ‘긴급조치 9호’는 강력한 문화 통제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로막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는데, 정권의 음험한 문화적 지배 야욕을 대마초 피운 연예인들 벌주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 사회는 천재의 발굴과 몰락을 지켜보길 좋아하는 관음증을 가진 환자와도 같았다. 허장성세로 드러난 천재 소동이 허무하게 막을 내리면, 어느새 곧 또 다른 신동이 나타났다며 세상 앞에 어린아이를 발가벗겨 내다 놓았다. 자식을 영재로 키우고자 하는 가정과 천재의 등장을 바라는 사회의 욕망에 편승해 사교육 시장의 ‘영재 교육’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국가도 정체불명의 ‘인재 육성’ 간판을 내걸고 조기에 천재를 발굴하는 데 몰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