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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71255580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4-12-20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아버지의 수의
1장 50년 만의 뉴 라이프
귀향을 결심하다 / 귀거래사 / 아들의 다짐 / 어머니의 꾸지람
2장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일상
어머니의 하루 / 이웃과 더불어 사는 법 / 믿음의 힘 /
꽃 사랑 / 어머니 고집 / 양과동 마법 / 쉼이 없는 삶 / 어머니의 친구들
3장 어머니 건강의 비결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내리사랑 / 최고령 수술 기록 / 코로나 비상사태 / 딸은 둘이 있어야 해
4장 어머니 음식
어머니 마음과 음식 솜씨 / 니 애비랑 가끔 갔어야 / 향토 음식과 맛
5장 어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
가족 이야기 / 아버지의 형제애 / 따뜻한 외갓집의 추억 / 전쟁과 인고의 삶 / 두 판 잡고 살자
6장 아버지와 어머니의 인연
핀치히터로 홈런 친 어머니 / 어머니의 마지막 바람
7장 아버지의 삶
꿈 / 사람 사랑, 고향 사랑 / 멋과 여유 / 아버지의 자식 교육 / 아버지의 수집벽 / 나 참 행복하구나
8장 회향회춘 일지
어디서 왔나요? / 박 교수, 내가 공부 못 할 이유가 있나요? / 일흔 살도 나이다냐?
노인은 세상의 연결 고리이다 / 결론은 가족이다
닫는 글: 시간을 거꾸로—다시 어린 아들, 다시 젊은 엄마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때 아버지께서 입고 계신 옷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적인 누런 삼베 수의 위에 색이 바랜 하얀 두루마기가 입혀져 있었다. 얼핏 내 눈에 편치 않았지만, 어머니께서 수의를 준비하셨기에 그 자리에서 말을 하지 못하고 나왔다. 장례를 마치고 며칠 지나 용기를 내어 어머니께 여쭈었다. 그래도 명색이 내가 큰아들인데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었다.
“어머니, 아버지 수의가 좀 그렇더군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어머니는 한동안 아무 말씀 없이 나를 바라보더니,
“그 두루마기, 네 애비가 장가올 때 입고 온 옷이다”라고 하셨다.
결혼식을 마치고 처음 처갓집에 올 때 입고 온 아버지의 두루마기를 어머니는 무려 70년 동안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하고 계셨던 것이다. 두 분과 세월을 함께한 옷을 아버지 가시는 마지막 길에 입혀드렸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가슴 뭉클하고 목이 메었다. _<아버지의 수의>
겨울이 되면 양과동에 일이 없어진다. 아흔다섯 살 어머니는 봄부터 가을까지 내내 찾던 양과동에 갈 일이 없어지자 “심심하구나” 하며 또 일을 벌이기 시작하셨다. 남순댁에게 부탁하여 막걸리를 사 오게 하더니 막걸리식초를 만드셨다. 그런데 식초 만드는 일은 기다리는 것이 주이다 보니 별로 힘이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겉보리를 닷 되 사 오라고 하셨다. 겉보리를 사서 무엇에 쓰실 건지 묻자 “엿기름이나 짤란다” 하셨다. (……) 어머니는 그냥 앉아 있는 법이 없었다. 항상 무엇인가 하려고 궁리하였다. 특히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특별한 요리는 꼭 메모를 해두었다가 직접 만들어보거나 남순댁에게 부탁해 만들게 하였다. 여동생들은 어머니가 식재료를 구해달라 요청하면 툴툴거리면서도 기꺼이 구해 왔다. 어머니의 삶에 쉼이란 단어는 없었다. 어머니의 지론은 간단하다. “가만있으면 뭐 한다냐?”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하는 삶의 자세가 바로 장수인들의 공통적 특징이라는 것을 어머니의 삶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_<쉼이 없는 삶>
임플란트의 위력은 1년쯤 지나고 나타났다. 어느 날 서울에서 내려와 집에 들어서니 어머니 표정이 무척 밝았다.
“어머니, 무슨 좋은 일 있었나요?”
“내가 오늘 깍두기를 씹었어야.”
임플란트 수술을 하고 1년이 지나면서 새로운 치아로 그동안 마음대로 씹지 못하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그렇게 좋아하셨다. 특히 좋아하는 고기를 제대로 씹지 못해 항상 죽이나 미음 형태로 갈아서 드셨는데 이제 육회도 그냥 씹어 드실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누룽지, 쥐포까지 씹을 수 있게 되니 생활에서도 활력이 생기고 생활 패턴도 크게 개선되었다. 식욕도 늘어 이제는 음식 종류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먹고 싶다 말씀하시니 자식 된 입장에서는 반갑기 짝이 없었다.
_ <최고령 수술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