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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71714506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25-07-09
책 소개
목차
1장 프롤로그
망한 남자들은 공사장으로 가고 망한 여자들은 마트로 간다
1장 슬픔과 기쁨을 모르는 어른이 될까 봐
이력서를 쓰려고 했는데 왜 자꾸 변명을 하게 될까 |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 IMF 키드의 까르푸 | 계획된 우연 |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유니폼 | 라이트는 파란색 | 최고의 예스키즈존 | 정직원은 소중하니까 | 밥이라는 문제 | 아파서 웃긴 농담
2장 언니들에게는 있고 나에게는 없는 것
멘트의 기술 | 상품권보다 더 큰 선물 | 아저씨, 그거 진짜 애국 맞아요? | 돈 중의 돈은 내 돈 | 내가 누웠던 자리들 | 옥이 언니 | 반쪽짜리 마트 사람
3장 내가 바라는 희망은 겨우
선명한 현재와 불투명한 미래 사이 | 10만 원의 감각 | 시시한 재능의 쓸모 | 잃어버린 재고를 찾아서 | 그냥 아무거나 줘 | 마트용 자아 | 그래서 나는 뭐가 된 걸까
4장 그 시절 내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그냥 돈 때문에 하는 건데요? | 좋다가도 밉고, 밉다가도 좋은 | 당신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것 | 보통 날의 이별 | 어떤 비밀 | 그런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 사직서를 쓰는 마음
에필로그
우리 이야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당신이 왜 여기서 이런 일을 해!” 그때 나는 고양시 덕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식 판촉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해온 일이었고,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잘하는 일이었다. 엄마 역시 일산 서구의 한 기업형 슈퍼마켓에서 계산원으로 일했다. 수십 년 동안 여러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거쳐 도착한 곳이었다. 하루 종일 커피 믹스를 팔다 온 나와 계산대 앞에 서서 끊임없이 밀려드는 물건들과 씨름하다 돌아온 엄마. 우리는 잠깐 서로를 바라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푸하하 웃어버렸다. 텔레비전 속 불륜남의 말을 받아친 건 당황한 표정의 주인공이 아니라 엄마였다. “웃겨, 정말! 이런 일 하는 사람이 따로 있냐!”_ 「프롤로그 :망한 남자들은 공사장으로 가고 망한 여자들은 마트로 간다 」중에서
내 이력서에는 공백이 많다. 한 줄의 이력으로 남지 못한 시절들은 몇 권의 책이 되고 작가로서의 경력이 되었지만, 회사라는 세계에 입장하는 순간 그런 일들은 결국 ‘놀았다’라는 말로 가볍게 요약되었다. 한국의 기업들은 전염병에 걸린 사람보다 공백기가 있는 사람을 더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면접을 볼 때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변명해야 했다. 나의 도망과 인내심 부족에 대해. 놀았다는 말로 납작하게 압축된 시간 동안 내가 했던 여러 도전과 성공, 그리고 실패에 대해. _ 1장「이력서를 쓰려고 했는데 왜 자꾸 변명을 하게 될까」 중에서
“그건 그렇죠. 카페에서 최저시급 받는 것보단 훨씬 나아요. 마트에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죠.” 그 말이 위로처럼 들렸다면 아마도 그건 내 자격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경기 소재 전문대 영화연출과 졸업(심지어 우리 과는 내가 학자금 대출을 다 갚기도 전에 없어졌다), 평균 학점 4.1, 컴퓨터 관련 자격증 하나, 공인 외국어 점수 없음, 어학연수 경험 없음. 부끄럽지만 이게 내 스펙의 전부다. 너무나 초라해서 중소기업 서류 전형 통과도 기적일 지경인데 이런 내가 아깝다고? 사무직 직장인이 되기엔 부족하고 마트에서 일하기엔 넘친다면 도대체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일까. _ 1장「내가 있어야 할 자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