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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107646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22-07-2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한없이 쿨하고 하찮은 사랑
어쩌면 이건 어른의 맛
작은 쉼표를 찍어주고 싶다면
잠자는 난쟁이의 콧털을 건드린 날에는
언제나 우리 곁에
심심한 이야기의 쓸모
끝나고 같이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요
나만 알고 싶었는데!
우울한 밤에는 마트 전단지를 펼치고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
보이지 않는 반쪽
추억 필터 없이도 아름다운
만만한 행복의 나라
그럼에도 사치가 필요한 날에는
혹시, 설마, 어쩌면, 만약에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우리의 최선을 기억해
하늘색 슬픔을 가지고
팔다리가 굵고 췌장이 건강한 할머니
에필로그 넘어진 날에는 차가운 위로를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최대한 공손하게 내 안의 난쟁이에게 읍소했다. 친애하는 난쟁이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찾으시는 초록색 메로나가 없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었는데 오늘만 다른 맛으로 드시면 안 될까요? 평소 같았으면 불호령이 떨어졌겠지만 웬일인지 생각보다 쉽게 협상에 성공했다. 감사의 표시로 메로나 아닌 메로나들을 맛별로 하나씩 바구니에 담았다. 피나콜라다맛은 또 언제 나온 거야…. 그날 밤은 그렇게 지나갔지만 결국 며칠 뒤 다시 뛰쳐나가 오리지널 메로나를 사 먹었다. 난쟁이는 그제야 만족한 듯 배를 두드리며 잠들었다.
<잠자는 난쟁이의 콧털을 건드린 날에는> 중에서
매력이 없는 게 매력. 깐도리의 매력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보다 정확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다 골랐는데 괜히 뭔가 아쉬울 때면 바구니에 깐도리를 몇 개 더 담는다. 개성이 뚜렷하지 않아 어디에든 잘 녹아들고 누구와도 두루두루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처럼 깐도리는 어떤 아이스크림과도 찰떡같이 어울린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하나 더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절대강자 비비빅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심심한 이야기의 쓸모> 중에서
우울한 밤에 할 수 있는 가장 건전하고 생산적인 활동은 마트 전단을 보는 것이다. 마트 전단은 지나간 날을 돌아보지 않게 만든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이다. 어제의 세일 정보가 궁금해서 전단지를 펼치는 사람은 없다. 커다란 종이 가득 빼곡하게 적혀 있는 할인 품목과 날짜별 특가 상품을 확인하는 동안 나는 오늘과 내일, 길어도 보름을 넘지 않는 가까운 미래에만 집중한다. 곧 내게 다가올 날들, 다가와 새로운 오늘이 될 날들.
<우울한 밤에는 마트 전단지를 펼치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