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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압축 소멸 사회](/img_thumb2/9791172132125.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한국사회비평/칼럼
· ISBN : 9791172132125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5-02-03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이제 낯설지 않은 것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너무 진부해졌다고 할까요? 그래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을 둘러싼 어떤 변수들에 대한 것입니다. 그중 하나는 ‘속도’입니다.
저는 사회과학자로서 언제나 이 속도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사회에서는 항상 변화들이 일어납니다. 전쟁, 자연재해, 산업·경제·인구·기술의 변화, 정치적 사건들, 이런 일들은 인류가 처음 사회를 구성했을 때부터 늘 있었던 일입니다. 사실 사회란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인류가 만들어 낸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회가 버티지 못하고 파괴될 때가 있습니다. 감당하지 못하는 ‘격변’의 시기가 도달했을 때입니다.
늘 불쌍한 것은 국민들, 특히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이 시대에는 청년과 여성, 지방에 사는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더 어렵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청년들은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극심한 경쟁을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겪어 내는 중입니다. 그 경쟁에서 대부분은 불행해집니다. EBS의 한 프로그램에서 물었을 때, 경쟁에서 이긴 청년들조차 행복하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 경쟁이 공정하지 않고 절대 공정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를 낳지 않습니다. 나는 지옥에 살지만 내 아이까지 지옥에 살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시점에 한국은 자살을 결심했습니다. 더 이상 공동체를 지속시키지 않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과연 인류 역사에 이런 나라가 있었을까요? 세계의 최빈국이자 약소국으로 분단과 전쟁까지 겪은 나라가, 실로 엄청난 속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정치·경제·문화를 성취한 다음, 바로 그 정점에 도달한 때에 소멸하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만약 한국이 다음 한 세대 안에 인구 회복의 탄력성을 완전히 잃고 소멸해 버린다면 이는 단순히 한 나라의 소멸이 아니라 인류 문명사에서 볼 때도 참으로 기이한 일이 될 것입니다. 미래의 인류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성장과 소멸을 통해 ‘인간과 사회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