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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85014494
· 쪽수 : 544쪽
· 출판일 : 2014-05-1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장 이와바시리
제2장 불념당
제3장 지쿠부 섬
제4장 단주로
제5장 나쓰메 히로미
제6장 그레이트 기요코
제7장 슈라라봉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흔들리는 마이바라행 전철에서 나는 왼쪽 차창에 드문드문 나타나는, 얼핏 보면 바다처럼 보이는 호수를 바라보았다.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그 호수의 주인은 어찌 된 이유인지 내게 묘한 힘을 강요해왔다. 그 사실 때문에 나는 지금도 상대를 미워하고 있지만, 결국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 영원히 이길 수 없는 상대인 비와 호琵琶湖는 오늘도 햇볕을 듬뿍 받으며 푸른 하늘 아래 잘난 척 자리 잡고 있다.
“재미있는 놈이네.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너.”
주위에는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단주로는 속삭였다.
“마음에 들었다.”
“엉?”
“피 난다, 닦아.”
단주로는 손수건을 꺼냈다. 의외로 손수건은 빨간색이 아니라 갈색과 검은색 무늬였다.
“야, 료스케.”
몹시 부드러운 눈길과 함께 단주로는 내 옆에 구부리고 앉았다.
입술 끝에 받아든 손수건을 대면서, 뭘 아직도 웃고 있는 거야, 하고 분노를 누르며 노려보고 있을 때 갑자기 단주로가 빙긋이 웃었다. 내가 놀랄 정도로 만면에 미소를 지은 단주로가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찌르며 이렇게 말했다.
“너, 내 부하로 써주지.”
남자는 날아온 방석을 한 칼에 간단히 쳐내더니, 절규와 함께 또다시 목도를 휘둘렀다.
나는 정신없는 와중에 상대에게 손바닥을 향했다. 아무것도 생각할 여유 없이, 눈앞에 다가온 감색 도복에게 혼신의 힘을 보냈다.
그때, 남자의 몸 내부에서 ‘꿈틀’하는 것을 느꼈다.
다음 순간, 상대의 몸에 들어간 내 힘이 그‘꿈틀’에 밀려나듯 남자의 몸 밖으로 튕겼다.
동시에 “슈라라라라라라라라보보보보보보보보보오오오오오오오옹” 하는 머리가 깨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소리의 충격이 엄습했다.
그것은 입학식 날 아침에 교실에서 들은 것과 같은, 그야말로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였다.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심했다.
그 참기 힘든 소리에 나는 엉겁결에 귀를 막고 바닥에 뒹굴었다.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의 감촉이 팔과 이마에 전해졌을 때는 이미 소리가 주위에서 뚝 그친 후였다. (…)
그때, 툇마루 너머에 있는 정원의 연못이 굉음과 함께 갑자기 물기둥이 되어 거꾸로 섰다.
연못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던 돌다리는 물기둥과 함께 하늘로 날아가고, 툇마루 지붕에서 쪼개져나온 틀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지는 걸 목격했다.
그건 마치 양동이가 기울어 쏟아지는 물줄기를 되감기하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물기둥 그 자체가 빨려들듯이 상공으로 사라지고, 실제로는 겨우 몇초였을 테지만 꽤 길게 느껴졌던 정적이 있
은 뒤, 세찬 빗방울이 정원을, 이어서 도장 지붕을 내리쳤다.
땅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툇마루 지붕에 뭔가가 격돌했다. 온 도장에 울려 퍼진 나쓰메 시오네의 비명이 환영 인사라도 되는 듯, 조금 전 날아간 폭 1미터 반 정도의 연못 돌다리가 성대하게 지붕을 파괴하고 툇마루 복도를 함몰시키며 내리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