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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85424286
· 쪽수 : 412쪽
· 출판일 : 2023-03-17
책 소개
목차
1장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2장 내 세계는 흐릿해졌지만 동시에 예리해졌다
3장 완벽하게 대처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4장 나는 다행스러운 것들을 부둥켜안았다
5장 기꺼이 바늘꽂이가 되리라
6장 나의 슬픔을 목도한 이들은 자신의 불행도 열어 보여주었다
7장 그들은 기쁨을 향해 몸을 돌린다
8장 주어진 조건을 살아낼 용기
9장 나는 아무것도 뒤로 미루고 싶지 않았다
10장 모든 틈새를 알아가는 사치
11장 언제나 무슨 수가 있지
12장 부서져 열린 마음에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13장 나이 듦이 주는 평온의 시간들
14장 별은 아무리 오래 바라봐도 질리지 않았다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치료법은 없습니다.” 박사는 말했다. 처음에는 대답의 내용보다 박사의 말투와 목소리의 톤이 내게 더 파고들었다. 거기에는 상대방에게 위로를 전하는 마음과 상대방을 진정시키려는 차분함이 정교한 비율로 혼합되어 있었다. 경악이 쏙 빠진, 지독한 불운에 대한 인정이었고 앞서 만난 동네 안과의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던 행위의 음성화된 버전이었다. 박사의 어조는 내게 나 자신을 불쌍하게 여겨도 된다고 알려주는 한편 그럼에도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너무 충격을 받지는 말라고 권하는 듯했다. 박사의 어조는 치밀하게 계산되어 있었다. 나는 박사에게 거의 그렇게 말할 뻔했다.
달리 말해 이 시험은 비관론자라면 참여할 만한 일이 아니었고, 내 안에 비관론은 차고도 넘쳤다. 나는 화창한 날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비가 내리리라고 확신했고,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를 단칼에 거절하리라고, 궁극적으로는 거절하리라고 생각해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때가 많았다. 간절히 바랐던 승진이나 프로젝트가 결국 다른 사람에게 돌아갈 거라고 확신했으며, 설사 내게 주어지더라도 나중에는 물러나야 할 거라 생각했다. 사실 나의 경험은 이 어둠을 떠받치지 않았다. 유리한 일과 불리한 일, 뜻밖의 행운과 실패가 뒤섞인 내 삶에는 분명히 좋은 일도 많았다. 사실, 과분하게 많았다. 하지만 언제나 최악을 준비하는 것은 특이하고 그리 자랑스럽지 않은 나의 타고난 성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