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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신화/종교학 > 종교학 > 종교학 일반
· ISBN : 9791185430157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14-03-19
책 소개
목차
-서문(그레이든 카터, 저널리스트/편집자)
Ⅰ … Ⅱ … Ⅲ … Ⅳ … Ⅴ … Ⅵ … Ⅶ … Ⅷ
-후기(캐럴 블루, 작가/히친스의 아내)
리뷰
책속에서
I
어떤 의미에서 나는 한동안 ‘부정’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 다 알면서도 쓸데없이 생명의 불꽃을 태우며, 거기서 사랑스러운 빛이 나올 때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_23쪽
나는 그동안 죽음의 신에게 나를 향해 마음껏 낫을 휘둘러보라며 비웃어댔고, 이제 심지어 나조차도 지루해질 만큼 진부하고 예측 가능한 일에 무릎을 꿇었을 뿐이다. 분노 역시 같은 이유로 쓸데없는 짓이 될 것이다. 대신 나는 계획들이 허사가 되었다는 생각에 심하게 짓눌려 있다._23~24쪽
“왜 하필 나인가?”라는 멍청한 질문에 우주는 아주 귀찮다는 듯 간신히 대답해준다. “안 될 것도 없잖아?”_25쪽
나도 투쟁이라는 이미지를 좋아한다. 때로는 내가 그저 심각한 위험에 처한 환자가 아니라 훌륭한 대의를 위해 고통을 받거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분명히 밝히건대, (…) 나는 그 독약 봉지 속의 내용물이 몸속으로 서서히 들어오는 동안 책을 읽거나 아니면 그냥 앉아서 시간을 보낼 때면, 열렬한 병사나 혁명가의 이미지는 결코 떠오르지 않는다. 마치 수동성과 무능력의 늪에 잠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설탕이 물속에서 녹을 때처럼, 무기력 속에서 나도 녹아가는 것 같다._26쪽
내가 부자연스러운 존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간호사들 중에 페넬로페 크루즈가 있었다 해도 나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타나토스와의 전쟁에서 에로스의 즉각적인 상실은 초기의 엄청난 희생이다._28쪽
Ⅱ
암 덩어리는 결코 살아 있는 유기체가 될 수 없다. 그것의 악의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것의 ‘최선’이 곧 숙주와 함께 죽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숙주는 암 때문에 죽어버리거나, 아니면 암을 박멸하고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_31쪽
복수심에 찬 신이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 고작해야 내 나이와 예전의 ‘생활방식’으로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는 암을 내려주는 것이라면 그의 무기고는 슬플 정도로 비어 있음이 분명하다._33쪽
설사 목숨보다 목소리를 먼저 잃는다 해도, 나는 적어도 어둠과 맞닥뜨려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넬 때까지는 종교적 망상에 맞서 논박하는 글을 계속 쓸 것이다._34쪽
불치병에 걸렸을 때 재미있는 사실은, 조금은 금욕적인 태도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스스로 죽을 준비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시에 생존이라는 문제에 커다란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것은 확실히 기괴한 ‘삶’의 방식이다. 아침에는 변호사였다가 오후에는 의사가 된다고나 할까._35쪽
개신교 복음주의 보수주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 모두 자기네 신도들이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편지로 알려왔다. 내가 처음으로 답장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사람도 그들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무엇을 위한 기도입니까?_36쪽
세속주의자 또는 무신론자인 수많은 친구들이 내게 격려의 말을 해주었다. “이걸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자네야.” “자네 같은 사람 앞에서 암은 상대도 안 돼.” “자네는 틀림없이 극복할 수 있어.” 상태가 좋지 않은 날은 물론 좋은 날에도 이런 간곡한 말들은 살짝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 만약 내가 이 세상을 떠난다면, 이 모든 동지들을 실망시키는 꼴이 될 테니까 말이다._39~40쪽
헛된 기도로 귀머거리 천국을 귀찮게 하지 말기를 바란다. 물론, 그것으로 여러분의 기분이 나아진다면 상관없지만._43쪽
기도를 이용해서 세상이 바로잡히기를 기원하거나 신에게 은총을 내려달라고 간청하는 사람은 사실상 심각한 신성모독을 저지르고 있는 것과 같다. 아니, 적어도 신을 한심하게 오해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일개 인간이 신에게 충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_46쪽
여러 분파들이 격렬한 싸움을 벌인 끝에 교회는 결국 ‘면죄부 판매’ 같은 악명 높은 행위들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런 지독한 신성모독이 그토록 화려하게 이윤을 내지 못했다면 오늘날의 많은 훌륭한 바실리카와 예배당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_47쪽
III
그들의 조언에 따르면, 나는 지금부터 당장 복숭아씨 가루를 먹어야 한다(아니, 살구씨였나?). 고대의 문명인들은 이 최고의 치료법을 잘 알고 있었지만, 요즘은 탐욕스러운 의사들이 이 방법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내게 편지를 보낸 또다른 사람은 테스토스테론 보조제를 잔뜩 먹으라고 재촉했다. 아마도 사기를 높이자는 뜻이었을 것이다._51쪽
“인류를 위해 뭔가 하기 전에 죽게 된다면 마땅히 부끄러워해야 한다.” 미국의 위대한 교육가 호러스 맨은 이렇게 썼다. 나는 새로운 약이나 수술법을 위한 실험재료로 필요하다면 기꺼이 나 자신을 내놓았을 것이다. 물론 그런 방법으로 나 자신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 때문이었겠지만, 맨의 원칙을 따르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모험에 지원할 자격조차 없었다._56쪽
내게 보내오는 편지들의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하건대, 현재 이 나라의 거의 모든 사람이 직접 암에 걸려 있거나 아니면 암에 희생된 친구나 친척을 갖고 있는 듯하다._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