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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5430171
· 쪽수 : 280쪽
책 소개
목차
홍쌍리의 들어가는 말
김도혜의 들어가는 말
1장 두 아버지
미운 놈 떡도 안 준 아버지/지독한 아버지, 자상한 아버지/어머니의 죽음, 또다른 삶이 시작되다
2장 눈물과 매화
시집살이, 고난이 시작되다/매화꽃이 말을 걸다/뜻하지 않은 시련, 빚더미에 앉다
3장 장사를 잘하는 여자
광복동의 패셔니스타, 홍쌍리/“장사하는 게 재미있더라고”/‘괴기 보태기’ 홍쌍리를 며느리 삼다/못사는 다압면이 먹고살게 되다/고객감동 마케팅의 귀재, 홍쌍리
4장 꽃의 노래, 나의 노래
자연에 말을 걸다/“젊은이들 마음에 남는 글을 쓰고 싶데이”
5장 인간 불도저
매화는 내 딸, 매실은 내 아들/“너무 재밌어서 잠이 안 와. 매실 만지고 싶어서”/매실의 효능을 알고, 매실에 미치다/기적처럼 찾아와준 첫 고객/“매실은 항아리에 담는 게 최고야”/최초로 전통식품 명인이 되다/“개성 없는 농업은 2등이 될 수밖에 없제”/경영자가 아닌 농사꾼의 마음으로
6장 일하는 여왕벌
최고의 스승 시아버지의 우등생 며느리/매화나무만이 희망이다/감동을 선사하는 청매실농원으로/“느리게 가더라도 내 생각대로 가고 싶어”
7장 사람아, 사람아
사람에게는 높고 낮음이 없다/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것을 줘야 한다/표정이 밝고 좋은 기운을 주는 사람을 뽑는다/나를 힘들게 한 인연도 다 좋은 열매를 맺었다/법정스님은 또 한 분의 아버지셨다
김도혜의 나가는 말/편지/홍쌍리 연보
책속에서
1장 두 아버지
도혜 : 친정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는 시댁에서의 생활이 많이 힘드셨어요?
쌍리 : 남편과 시숙이 벌인 사업이 망해서 재산 다 날리고, 살림이 말이 아니었지. 십 년 넘게 빚 갚으면서 고생하던 때였어. 임종을 몬하고 나니 죄송한 마음이었지만, 한편으론 한 번이라도 아부지한테 나한테 왜 그랬냐고 물어보기라도 했으면 속이라도 좀 후련했을 것을 싶었지. 딱 한 번 아부지한테 쏘아댄 적이 있어. 시댁으로 나를 찾아온 아부지에게 뭐할라꼬 왔냐고, 이런 데 시집보낼라고 나를 낳았냐고 했지. 지금은 내가 좀더 잘해드리지 몬한 거가 맘에 남고, 내를 공부 안 시킨 것도 어쩌면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부지가 그립고 감사한 마음뿐이야.
도혜 : 빚 때문에 꽤 긴 세월을 고생하던 시절인데도, 내가 잘되는 것을 보여드리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네요. 무슨 일을 어떻게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계셨어요?
쌍리 :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난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많이 배운 것도 아니고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것도 아니었지. 우리 시아부지가 나를 잘 가르쳐주셨어. 그래야 냉중에 해나갈 거라고 생각하신 건지. 지금 생각하면 아부지는 내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나를 키우신 것 같애. 농사지어서 자기 식구 입치레하는 것이 아니고, 온 동네가 다 같이 잘사는 법, 좋은 것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롭게 쓰는 것을 생각하시던 분이었어. 자연히 나도 생각하는 크기가 달라졌지. 시아부지 뜻을 이어야 한다는 게 늘 머릿속에 있었어. 일만 가르치신 것이 아니라 부모 없이 자란 당신의 어린 시절 설움과 일본에서 탄광 일 할 때의 고생담 같은 온갖 속내 이야기를 내게 다 하셨지.
2장 눈물과 매화
“여기는 사람이 없어, 너무너무 외로워서 도저히 몬 살아. 이 산속에서 물 길러 갈라면 항아리 끼고 꼬불꼬불 가도가도 끝이 없어. 빈 항아리만 해도 너무너무 무거워. 머리에 이고 오는데 건득건득하다 물은 전부 앞에고 뒤에고 쏟고, 다후다 치마는 버스럭버스럭 소리가 날 정도로 젖어가, 눈물인지 쏟아진 물인지 뒤섞여 엉망이 돼가꼬 주저앉았어. 항아리를 바윗돌 위에 올려놓는데, 돌 사이 양지바른 데 매화 한 송이가 나풀나풀하고 있어. 근데 꽃이 나를 보고 엄마, 울지 말고 나랑 같이 살아, 하는 것 같은 거야. 그 꽃 앞에서 하염없이 울고 나니 속이 후련하더라고. 울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저 멀리 섬진강 위에 새벽안개가 솜이불 덮어놓은 것 같고 그 뒤에 지리산이 감싸고 있네. 내가 여기서 오늘 살다가 내일 도망을 가더라도, 이 아름다운 곳에 꽃 천국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불러들이자, 그럼 안 외로울 것 아닌가, 이런 맘이 들더라고.
처녀 때 진해 벚꽃장에 놀러갔던 게 생각난 거지. 옛날에는 버스에 다 뚜드려 밀어였는다 아이가, 안에서 찡겨 죽든가 말든가, 차장도 올라붙어가 땀이 나가지고 버스 안에서 목욕을 다 해삐려. 근데 가보면 별거 아니라. 그냥 꽃이 피어 있는 거야. 해군기지 앞에 요렇게 있는 평지에 사람이 바글바글하는데. 4월달이었지. 근데 여기 와 보니 세상에, 설 쇠고 바로 눈 속에서도 꽃이 피더라고. 2월 설중매를 처음 봤지. 벚꽃은 봤어도 겨울에 핀 매화는 여기 와서 처음 봤는데 너무 아름다운 거야. 너무 예쁜 이 꽃을 보러 진해 벚꽃장 만치만 와라…”
3장 장사를 잘하는 여자
도혜 : 닭백숙 장사와 김치 장사는 어떻게 해서 시작하셨어요? 부산 시절엔 도매상에서 판매를 맡아 하셨지만, 음식을 직접 만들고 파는 것은 더 큰 일이었을 텐데요.
쌍리 : 시장에 가서 장사하는 것은 해봤으니 겁이 안 났지. 내가 우리 친정 엄마를 닮았는지 손맛이 꽤 있었거든.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어. 김치 장사는 1986년인가, 광양시에 나가서 했었고, 백숙은 그 담에 우리 집에서 했지. 한창 광양이 개발되면서 제철소 생기고 그럴 때, 시장에 가서 장사하는 자리를 뽑았는데 내가 제일 좋은 자리를 뽑았어. 비싼 이자를 계속 갚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돈을 좀 벌어보려고 시작을 했지. 거기서 오랫동안 장사한 상인들이 많고 단골손님들도 다 있는데, 새로 나타난 내 물건을 누가 사겠노. 우리 밤이랑 감이랑, 여수에서 떼어온 건어물 이런 거 놓고 파는데 잘 안 되더라고. 다들 전라도 말 쓰는데 나만 경상도 말을 쓰잖아. 근데 광양제철엔 포항에서 일하다 온 사람들이 꽤 있었어. 그 사람들이 내 말을 듣더니 반가워하면서, 경상도 아지매니까 경상도 사람들 입맛에 맞는 김치를 담가서 팔면 좋지 않겠냐고 해. 자기들이 와서 사먹을 테니까 해보라고. 내가 김치 양념을 어떻게 했냐면, 맛있는 걸 열 가지쯤 넣었지. 펄떡펄떡 뛰는 생새우는 제일 작은 것을 김치 담기 일주일 전에 사서 소금 간을 약하게 해서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써. 소금은 5년 묵혀 간수 뺀 것으로 하고. 참조기는 여수에서 나는 샛노랗고 작은 것을 머리만 떼고 통째로 갈아서 썼어. 육수는 멸치, 디포리, 무 넣고 푹 끓여서 만들고. 그리고 찹쌀 풀, 매실, 청각, 갈치속젓, 멸치액젓도 들어가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