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지/출판 > 서지/문헌/도서관
· ISBN : 9791185430287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14-07-1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01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
말없이 말 걸기
배가, 도서관서비스가 예술이 되는 순간
배려 vs. 간섭, 균형 없는 줄타기
느슨함과 긍정의 힘
잠재이용자, 등잔 밑을 살필 것!
02 공간으로 말을 걸다
자유의 대가를 땅에 묻다
공공성을 공간에 담다
묵독과 낭독과 토론의 공간 그리고…
굉장한 만남과 소통과 어울림의 공간
하우스워밍
03 도서관계의 매력적인 압력단체로
사립과 공립, 아주 작은 차이
재정과 기부
도서관학교
복제? 네트워킹!
길동무, 일본에서 만난 세 갈래 길
작은도서관 현상이 주는 메시지
기록의 여백에 미래를 그리다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01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
왕처럼 모시지 않겠다는 말에는 두 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용자들의 요구에 무조건 따르지는 않겠다는 뜻과 왕을 섬기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정으로 존중하겠다는 뜻. 모순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말 그대로다. 고객을 ‘고이 모셔두지 않고’ 그들의 상상력과 꿈에 말을 걸겠다는 다짐인 동시에, 말을 걸면 기꺼이 소통과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신뢰의 표현이다. … 왕처럼 모시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자발성에 대한 바람과 ‘가르치려고 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선언이다. 책을 ‘읽는’ 것은 지극히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행위가 아닌가. 훌륭한 시설과 장서를 갖추고 있다 해도, 책을 만나고 그 만남의 진동이 삶 속에 스며들도록 ‘만들’ 수는 없다. 도서관은 말을 걸 뿐, 상대방의 머리와 가슴에 가닿는 것은 그들 자신의 몫이다.
어느 날 아이들 몇 명이 와서 자기들끼리 내기를 하는 중이라며 물었다.
“000이 공짜인 거 맞아요?”
“아니죠? 1,000원이죠?”
책마다 붙어 있는 띠라벨을 보고 300은 사회과학이 아니라 300원, 600은 예술이 아니라 600원, 900 역사는 두꺼운 책도 많으니 제일 비싼 900원(!)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한 아이들이 000 총류에서 공짜냐, 1,000원이냐 의견이 갈린 것이다. 그 뒤로 우리는 도서관의 중요한 기능인 배가의 원리를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 이해시킬 수 있는 다채로운 이용자교육을 궁리하고 시도했다. 도서관의 책이 어떻게 제자리를 갖는지, 아이들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오랫동안 고수해온 원칙 중 하나가 “안 돼”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다. 모든 걸 허용하거나 방관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규제가 생기면 그만큼 자유가 몫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책을 펼쳐들고 있을 때만이 아니라 도서관에 머무는 모든 시간 동안 자유롭고 자발적인 긍정의 기운을 누리기 바랐다.
도서관만큼 ‘제재’ ‘통제’ ‘금지’ 같은 낱말이 어울리지 않는 곳도 없을 것이다. 뭔가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곳, 배우고 성장하며 상상하고 꿈꾸도록 북돋우는 곳 아닌가. 도서관은 저마다 배움과 성장의 스토리를 엮어가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필요한 자료를 만날 수 있도록 담고 있는 저수지 같은 곳이다. 인류의 모든 지적?문화적 활동의 기록물들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사유와 성찰을 흔들어 깨우고 상상력을 북돋우어 삶에서 자유의 폭을 넓히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현장이다. 통제하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기꺼이’ 배려하며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문화, 참으로 당찬 바람이다. 하지만 그것이 도서관다운, 도서관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존중이나 배려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배운다. 자발적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도록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충분히 존중받고 배려받는 기회를 누리도록 도서관의 환경과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