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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91185494128
· 쪽수 : 300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관 앞에 섰다. 뚜껑은 옆면보다 장식이 더 복잡했다. 대학살과 지배의 장면들. 중앙에는 그리스 어보다 더 오래된 문자인 마법어가 새겨져 있었다. 읽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크로노스, 시간의 지배자'라는 뜻이었다. 내 손이 뚜껑에 닿았다. 손가락 끝이 파래졌다. 칼에 서리가 내렸다.
그때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 아니면 영영 못 할 것이다. 내가 황금 뚜껑을 밀어내자 그것은 엄청나게 큰 쿵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내리칠 태세로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안을 보자 내가 보고 있는 게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회색 바지에 싸인 인간의 다리. 하얀색 티셔츠, 배 위에 포개진 두 손. 가슴은 한 조각이 부족했다. 심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 또렷이 총알구멍만 한 검은 구멍이 나 있었다. 눈은 감겨 있었고, 피부는 창
백했다. 금발…… 그리고 얼굴 왼쪽에 난 흉터.
관에 든 몸은 루크의 것이었다.
그때 그를 찔렀어야 했다. 역조 끝을 대고 온 힘을 다해 눌렀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너무 놀란 상태였다. 이해가 가지않았다. 루크를 싫어한 만큼이나, 루크가 날 배신한 만큼이나 왜 그 관 안에 들어 있는지, 왜 그렇게 죽은 사람처럼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바로 뒤에서 텔레키네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람!"
텔레키네는 뚜껑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그들이 다가오는 사이 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고 비틀거리며 연단에서 물러나서 기둥 뒤에 숨었다.
다른 텔레키네가 경고했다.
"조심해! 그분이 일어나시는지도 몰라. 지금 이 선물을 바쳐야 해. 당장!"
두 텔레키네는 발을 끌고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으며 천 위에 받쳐 든 낫을 들어 올렸다. 하나가 말했다.
"주인님, 주인님의 힘의 상징이 다시 만들어졌습니다."
침묵. 관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른 텔레키네가 중얼거렸다.
"이런 바보. 주인님은 반쪽 피부터 원하셔."
에단이 뒷걸음질했다.
"나부터 원하신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첫 번째 텔레키네가 쉿 소리를 냈다.
"겁쟁이처럼 굴지 마! 네 목숨을 요구하시는 게 아니야. 충성 맹세면 돼. 그분께 봉사하겠다고 맹세해. 신들과의 인연을 끊어. 그거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