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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세계사 일반
· ISBN : 9791186293348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15-11-02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01 자연의 팔방미인
02 아주 붉은 턱수염
03 살아 있는 약상자
04 인류 문화의 필수 품목
05 마닐라의 투계 산업
06 무대 위에 등장한 거인들
07 할러퀸의 칼
08 작은 왕 바실리스크
09 바발루에게 피 바치기
10 농가 마당의 풍만한 암탉들
11 닭들의 열도
12 직관적인 물리학자
13 야생 닭을 살리려는 마지막 노력
감사의 글 / 옮긴이의 글 / 주 / 찾아보기
책속에서
나는 아라비아 해안의 발굴 현장에서 작업하는 사람들로부터 인도의 무역업자들이 4,000여 년 전에 탁 트인 대양을 항해하기 위해 몬순 기후의 변화를 잘 파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이 소재로 기사를 쓰면 어떨지 잡지사에 물었다. 이 모험심 강한 청동기시대의 항해사들은 국제적인 무역을 처음 시작하면서 최초로 글로벌 경제의 불꽃을 피워 올린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집트의 석공이 기자 피라미드에 마지막 손질을 가하고 있을 때 히말라야의 목재와 아프간의 벽옥을 메소포타미아의 대도시들로 가져왔다. 잡지사에 기고를 타진하는 글을 보내면서, 나는 편집자에게 이런 이야기도 했다. 고대 인도에서 거래되던 무역 상품 같은 유물들 말고도, 고고학자들이 당시 닭이 이미 서방에 도착했음을 보여주는 닭 뼈를 발굴했다고. “그거 흥미로운데.” 편집자가 말했다. “그 새를 한번 추적해보지그래. 대체 어디서 온 건지, 왜 우리는 이 새를 이토록 많이 먹고 있는지. 대체 치킨이 뭐기에?”(11쪽, 들어가는 글)
닭은 잘 날아다니지 못하지만, 국제적인 수출입을 통하여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가 되었다. 닭의 여러 부위들이 지구상의 정반대 끝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니까 닭발은 중국에, 다리는 러시아에, 날개는 에스파냐에, 내장은 터키에, 뼈는 네덜란드 수프 제조가들에게, 그리고 가슴살은 미국과 영국으로 건너갔다. 이런 국제 사업의 효과는 다른 것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령 브라질 닭을 살찌우는 것은 미국 캔자스 주의 옥수수이며, 미국 닭들을 질병으로부터 구해주는 것은 유럽산 항생제이고, 남아프리카 닭들은 인도에서 만든 닭장에 가두어 길러진다. 국제업은 이토록 다른 많은 종목에 영향을 끼친다.(13~14쪽, 들어가는 글)
키루스가 바빌론을 함락시킨 지 두 세기가 지나서 닭은 수단에서 에스파냐로 퍼졌고, 페르시아 영향권의 변방인 저 먼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까지 갔으며, 영국의 주석과 닭을 물물교환하려는 페니키아인을 따라서 저 먼 대서양도 건너갔다. 닭은 이제 더 이상 이국적 새로 그치지 않고, 고대 서방 세계의 종교적 믿음과 실천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리스에서 닭은 여섯 명의 신들과 여신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동물이 되었고, 로마의 전성기에는 전투의 결과를 예언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닭의 울음소리는 성(聖)금요일에 예수를 배신하는 베드로 사도를 증언하기도 했다. 미트라와 이시스 종파의 추종자들은 이집트에서 영국에 이르기까지 신전에서 닭을 희생물로 바쳤다. 중세 초기에 이르면 닭은 교황의 회칙에 따라 그리스도교권의 교회들에서 바람이 움직이는 방향을 가리키는 역할을 했다. (78쪽, 2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