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유럽사 > 스페인/포르투갈사
· ISBN : 9791187100881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코로나 시대, 시의적절한 반면교사
서문:
재앙의 바람
1장 희생자와 생존자
2장 ‘녹다운’ 열병
3장 이름 없는 살인자
4장 보이지 않는 적
5장 어느 치명적인 여름
6장 적을 알라
7장 죽음의 송곳니
8장 마치 유령과 싸우는 것처럼
9장 폭풍의 눈
10장 수의와 나무 상자
11장 스페인 여인 워싱턴으로 가다
12장 ‘독감을 어쩔 수가 없다’
13장 ‘토박이 딸이 죽다’
14장 치명적 항해
15장 죽음의 배
16장 ‘밤에 도적 같이’
17장 죽음의 가을
18장 휴전 기념일
19장 검은 11월
20장 여파
21장 ‘바이러스 고고학’
22장 홍콩 커넥션
23장 무덤의 비밀들
주석
참고 문헌
감사의 글
사진 출처
찾아보기
리뷰
책속에서
이 질병은 처음에는 스페인 독감이라 불리지 않았고, 대신 좀 더 화려하게 ‘스페인 여인’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스페인 독감은 변화무쌍하고 파악하기 어려운 짐승이었으며 호흡 곤란, 내출혈, 발열 같은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놈이었다. 이 질병이 점점 진화해 나가자 많은 의사와 민간인들은 이 세기말적 질병이 실제로 독감인지 확인할 수조차 없었다.
1918년 여름에 시작된 유행병의 치명적인 2차 공습 때에는 감염자들이 거리에서 픽픽 쓰러졌고, 폐와 비강에서 출혈을 보였다. 또한 폐에 고름이 차면서 부족해진 산소 공급으로 발생하는 헬리오트로프 청색증(heliotrope cyanosis) 때문에 피부가 검푸른 색으로 변했다. 또한 공기 기아(air hunger) 현상 때문에 뭍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숨을 헐떡거렸다. 급하게 사망한 사람은 차라리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러지 않은 사람들은 분출성 구토, 심한 설사로 고통 받다가 뇌에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미쳐 날뛰다가 죽어갔다. 회복한 사람들 중에도 평생 신경 질환, 심장병, 무기력증, 우울증 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엄마가 스페인 인플루엔자로 돌아가시자 우리는 모두 방에 모였다. 두 살에서 열두 살까지 모두 여섯 명이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누운 침대 옆에서 양손에 머리를 묻은 채 흐느끼고 있었다. 엄마의 친구들이 다 모여 충격 속에서 울고 있었다. 그들은 아버지에게 왜 알리지 않았느냐고, 왜 엄마가 아프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엄마는 어제까지 멀쩡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아버지와 다섯 남매가 울고 있을 때 마이클은 이 사건을 이해하려고 애썼지만 도무지 그럴 수 없었다. “엄마를 쳐다보았는데, 이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았다. 엄마는 그냥 잠이 든 것처럼 보였다.”
다음날 아침 마이클과 그의 동생 둘은 아버지와 함께 지하철을 탔다. 아버지가 그들 모두에게 허시 초콜릿 바를 사주었고,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의 예감이 적중했다. 그들 형제는 브루클린의 유대인 고아원으로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