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과학자의 생애
· ISBN : 9791187336044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17-11-20
책 소개
목차
메치니코프의 이름에 대하여
제1장 나의 메치니코프
제2장 메시나의 계시
제3장 면역 전쟁
제4장 요구르트가 전부는 아니다
제5장 유산
감사의 말
각주에 대하여
리뷰
책속에서
눈을 현미경 렌즈로 가져갔을 때, 짜릿한 광경이 그를 맞이했다. 전날 예상했던 그대로 움직이는 세포들이 유생의 몸 안쪽 가시 주변에 모여들어 덩어리로 뭉쳐 있었다. 메치니코프는 이 세포들이 틀림없이 유생을 지키기 위해 달려온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다른 물질들, 즉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쳐들어와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몰려와서 미생물을 삼키리라 생각했다. 그다음 단계는 너무나 쉽게 이어졌다. 메치니코프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불가사리에서 벌어지는 이 현상이 사람에게서도 나타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무엇보다 그는 37년의 인생 가운데 20년이 넘는 세월을 생물종이 다른 종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연구하면서 살아 온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미 오래전에 다윈의 주장이 옳다는 결론을 내렸다. 머리가 없는 연체동물부터 뇌를 가진 포유동물까지, 모든 생명은 공통 조상에서 시작하여 진화했다는 것이 메치니코프의 견해였다. 그리하여 새롭고 대담한 가설이 탄생했다. 인간을 비롯해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의 몸속을 돌아다니는 세포들이 미생물을 잡아먹는데, 이것이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맞설 수 있는 면역력이라는 내용이었다. 생물에 치유력을 부여하는 주인공이 바로 이 세포들이라는 것이다. 의학계가 고대부터 알아내고 싶어 안간힘을 썼던 치유력을, 메치니코프가 용케 관찰하고 정의까지 제시했다. 현대 면역 이론이 최초로 탄생한 순간이었다.
- 1장 나의 메치니코프, 3. 유레카!
메치니코프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라는 피르호의 조언대로, 세포의 소화 작용은 ‘생물의 몸속에서 생겨나거나 외부에서 침입한 해로운 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사실 그렇게 조심스러워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오늘날 우리는 소화가 고대부터 전해진 면역 기전이며, 생물이 진화 과정을 거쳐 생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 기능임을 잘 알고 있다. 러시아로 돌아가는 길에 알프스 산맥 반대편의 비엔나에 들른 그는 한창 연구 중인 세포에 잘 어울릴 만한 이름을 짓기 위해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따온 이름을 짓고 싶었지만, 여러 언어에 능한 그가 그리스어는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먹성 좋은 이 세포들에게 ‘먹는다’는 뜻을 가진 ‘파제인(phagein)’과 ‘세포’를 의미하는 ‘사이트(cyte)’를 결합한 ‘파고사이트(phagocytes)’, 즉 식세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식세포가 게걸스럽게 물질을 먹는 과정은 ‘파고사이토시스phagocytosis(식균 작용)’로 불리게 되었다.
- 2장 메시나의 계시, 9. 식세포
메치니코프는 병리학자들이 주장하듯 이 세포들은 단순히 손상된 혈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오히려 정반대로 “백혈구는 혈관 벽을 통해 수동적으로 여과되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손상된 부위를 향해 직접 이동한다”라고 주장했다. 메치니코프는 이 이론이 “진화의 법칙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하등동물 중에서도 이동 세포가 있는 동물은 침입자가 생겨도 그 세포가 침입자를 둥글게 에워싸고 파괴하므로 살아남을 수 있지만, 식세포가 그러한 기능을 발휘하지 않는 동물은 침입이 발생하면 죽게 된다는 설명도 했다. (...) 실제 강연이 끝나고 얼마 후에 출간된 메치니코프의 저서 『염증의 비교병리론에 관한 강연(Lectures on the Comparative Pathology of Inflammation)』은 지금도 고전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과학 역사가인 아서 실버스타인(Arthur Silverstein)은 재출간된 강연록의 서문에서, 메치니코프의 연구는 “염증 반응의 특성과 의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토대가 되었다”라고 밝혔다.
- 3장 면역 전쟁, 19. 염증의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