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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87856337
· 쪽수 : 588쪽
· 출판일 : 2018-01-11
책 소개
목차
명암
작품해설
리뷰
책속에서
아내는 얼굴빛이 하얀 여자였다. 덕분에 그린 듯한 예쁜 눈썹이 더욱 돋보였다. 그녀는 또 버릇처럼 그 눈썹을 놀렸다. 애석하게도 그녀의 눈매는 너무 가늘었다. 게다가 매력 없는 외까풀이었다. 하지만 그 외까풀 속의 눈동자는 칠흑처럼 빛났다. 그리고 아주 잘 돌아갔다. 어떤 때는 표정을 마음대로 바꿨다. 쓰다는 저도 모르게 이 작은 눈이 발산하는 눈빛에 빨려 들어갈 때가 있었다. 또 어떤 때는 갑자기 아무 이유도 없이 그 눈빛에 떠밀린 적도 없지 않았다. (……) 아내는 때때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남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녀가 이렇게 말할 때는 언제나 그 어조에 어떤 불만이 있는 것처럼 쓰다의 귀를 울렸다. 그럴 때면 그는 그녀를 다독이려고 했다. 그러다가도 그는 반감이 돋아 그녀에게서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결혼이 다시 화제에 올랐다. 중단된 말이 이어지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을 입에 올리는 사람들의 전과 다른 기분에 따라 표현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이것만은 참 묘한 거야. 전혀 만나본 적도 없고 모르는 두 사람이 같이 산다고 해서 꼭 이혼하게 되는 건 아니거든. 또 아무리 ‘이 사람이라면’ 하고 굳게 믿고 결혼한 부부라도 언제까지나 화합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이렇게 허술한 곳에 찾고자 하는 비밀이 있을 리 없었다. 그녀는 부질없이 낡은 노트를 뒤적였다. 그것을 하나하나 살핀다는 것은 큰일이었다. 읽는다고 해도 자기가 알려고 하는 것이 그런 노트 속에 숨어 있으리라곤 상상할 수 없었다. 그녀는 주의 깊은 남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자물쇠를 채우지 않고 비밀을 거기에 내던져두기에는 너무 치밀한 것이 그의 천성이었다. (……) 갑자기 그녀의 가슴에 의혹의 불길이 불타올랐다. 한 묶음의 헌 편지에 기름을 붓고 그것을 깨끗하게 뜰 한구석에서 태우고 있던 쓰다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때 쓰다는 활활 타오르는 종잇조각을 두려운 듯 대나무 막대기로 누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