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88299041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0-02-28
책 소개
목차
제1장 재앙을 불러오는 아이
1 가을의 약초장
2 ‘푸른 손’과 보이지 않는 엄니
3 불길한 아이들
4 달빛 아래의 단창
5 어둠을 향해 달려가다
제2장 도망치는 짐승, 뒤쫓는 사냥개
1 사슴 사냥
2 교활한 짐승
3 매와 사냥개
4 로타르발의 악몽
제3장 함정으로 유도하는 편지
1 부정 탄 양
2 꽃향기 나는 옷
3 배신
종장: 출발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사내의 목에서 나온 피가 천장까지 튀어, 바르사는 재빨리 복도 난간을 뛰어넘어 중정으로 뛰어내렸다. 그러자 난간이 갑자기 싹둑 잘려 나갔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낫으로 잘린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바르사는 뭔가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느끼고 가까스로 그것을 막아냈다.
생각할 틈은 없었다. 기척에 반응해 몸의 움직임에 맡기고, 바르사는 오로지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계속 피했다. 목으로 공격해 오는 엄청난 속도의 창끝을 몇 번이고 막아낸, 온몸에 밴 경험이 가까스로 바르사의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계속 피하는 것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기술이었다. 아무리 경험 많은 바르사라 해도 금세 호흡이 흐트러져 왔다.
목을 팔로 감싼 순간, 손목에 차가운 기척을 느꼈다.
‘손목이 잘리겠구나…!’
마크루보다 훨씬 더 왼편의 숲을 걷고 있던 캇하루는 그 소리를 들은 순간, 반사적으로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나무 뒤에서 소리가 난 쪽을 살며시 보니, 어스름 속에서 손에 막대기 같은 것을 든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그 발밑에 나동그라져 있는 사람의 형체도 보였다.
‘그 여자다!’
방금 전까지 살기는커녕 사람의 기척조차 없었는데, 지금은 손으로 만질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살기가 느껴진다. 마크루는 죽었을까? 긴장으로 속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곧바로 그것은 전율과도 같은 흥분으로 변해갔다.
캇하루는 풀에 손을 대더니 양손을 펼쳐 파도를 보내는 듯한 동작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풀이 생물처럼 물결치기 시작해 여기저기의 덤불과, 이윽고 멀리 있는 나무들까지 와삭거리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짝 자세를 낮춘 바르사의 오른발이 움찔거렸다. 순간 바르사가 오른발잡이인 것을 파악한 쟈논은 급소를 걷어차이지 않도록 비스듬한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비스듬한 자세를 취할 때의 힘을 이용해 바르사의 안면에 왼쪽 주먹을 내리쳤다.
그 왼손을 바르사의 오른손이 바깥쪽에서 어루만진 것처럼 보인 순간, 쟈논의 몸이 균형을 잃고 앞으로 크게 휘청했다. 그때 이미 바르사는 마치 물 흐르듯이 매끄러운 동작으로 쟈논의 몸을 따라 움직여, 오른쪽 팔꿈치로 쟈논의 겨드랑이 밑을 가격하고 있었다.
쟈논이 눈을 부릅떴다. 겨드랑이 밑의 급소로부터 극심한 통증이 느껴져 숨이 막혔다. 그래도 신음하면서 쟈논은 몸을 틀어 바르사의 머리카락을 오른손으로 움켜쥐려고 했다.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무릎으로 차면, 여자의 몸쯤이야 어디로 공격해 들어가도 한 방이면 쓰러뜨릴 수 있다.
뚝 하고 나뭇가지를 꺾는 듯한 소리가 나며, 머리카락을 움켜쥐러 간 오른손에 갑자기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쟈논은 볼 수조차 없었지만, 머리카락을 움켜쥐려고 주먹을 편 순간, 섬광과도 같은 바르사의 수도(手刀)가 손가락을 내리쳐서 부러뜨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