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88299102
· 쪽수 : 368쪽
책 소개
목차
서장: 남쪽에서 밀려온 파도
제1장 황제와 황태자
1 성도사의 숙명
2 산갈 왕의 편지
3 터지다
제2장 함정을 향한 항해
1 항해
2 군도의 그물망
3 포로들의 밤
4 포로 오두막에서 도망치다
제3장 챠그무와 타쿠
1 만남
2 몸을 닦다
3 별이 총총한 타국의 하늘
4 태풍
5 매의 발톱 밑에
6 섬광
제4장 대결
1 타르슈의 사나운 말
2 잿빛 여행
3 비 내리는 제국의 도읍
4 독거미가 있는 관사
5 소리 없는 목소리
6 벽 위의 세계
종장: 푸른 길의 여행자
1 금빛 구름
2 달빛 아래의 푸른 길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챠그무가 몸을 앞으로 내밀며 열정적인 어조로 말했다.
“아바마마, 제가 급히 서둘러서 온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사르나 왕녀는 우리 선단이 함정에 빠져들기 전에 이 편지를 보내준 겁니다. 단순한 사죄라면 함정에 빠진 후라도 상관없겠지요. 우리가 선단에 경고를 보낼 수 있도록 해준 것입니다!”
슈가의 얼굴이 살짝 흐려졌다.
‘그건… 아닌데.’
사르나 왕녀는 위정자라는 사람들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위정자는 한 번 내린 결단을 뒤집기를 싫어하는 법이다.
이 나라의 황제의 경우는 특히 한 번 내린 결단은 뒤집을 수 없다. 황제의 말씀은 곧 천신의 말씀. 이전의 생각이 틀렸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다.
황제에게 가능한 것은 이미 내린 결단의 결과를 속이는 것뿐이다. 그걸 알고 있었기에 사르나 왕녀는 이 편지를 보냈다. 챠그무 황태자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에서의 속죄를 마지막 넉 줄에 담아서….
‘하지만 그 속죄를 황제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황제에게는 마지막 넉 줄의 의미를 모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챠그무는 조금씩 몸의 힘을 뺐다. 죽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재갈만은 참을 수가 없었다. 남자를 올려다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가 챠그무의 머리를 들어서 재빨리 재갈을 벗기고 손목의 밧줄도 풀어주었다.
금세 호흡이 편해졌다. 챠그무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가 죽음을 택하려고 하신 것은 자신이 타르슈 제국의 인질이 되었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릅니다.”
챠그무가 말없이 남자를 봤다. 남자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전하는 바람이 없는 궁에서 뛰쳐나오셨습니다. 지금은 순풍 속에 계십니다. 그대로 궁에 계셨으면 얻을 수 없었던 것을 저는 전하께 드릴 수가 있지요.”
챠그무가 얼굴을 찌푸렸다. 왠지 남자의 표현이 거슬렸다.
“…쓸데없는 수식은 필요 없다. 돌려서 말하지 마라.”
남자의 눈에서 미소가 가셨다.
“실례했습니다. 그러면 요점만 말씀드리지요.”
그렇게 말하더니 남자는 엄청난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담았다.
“제가 전하를 가로챈 것은 전하를 신요고 황국의 황제 자리에 앉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챠그무는 남자의 시선을 받은 채 움직임을 멈췄다.
챠그무는 몸을 돌려서 바다로 뛰어들었다.
해가 질 때까지 챠그무와 세나는 바닷속에 들어가서 어린아이들처럼 놀았다.
세나의 머리가 수초처럼 퍼지고 입가에서 나온 한숨 방울이 번쩍이면서 해수면으로 올라간다. 흔들리는 금빛 속을 평온한 세나의 손발이 부드럽게 물을 헤치며 간다.
‘이런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문득 챠그무의 가슴을 찔렀다.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순간적인 빛 속에 지금 자신이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해변의 바위에 서서 그런 챠그무의 모습을 바라보던 소도쿠가 중얼거렸다.
“…참으로 이상한 황태자로군.”
옆에 서 있는 휴우고가 소리 없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