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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88299140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0-10-30
책 소개
목차
서장: 눈 덮인 봉우리가 빛날 때
제1장 칸발을 향해서
1 호위무사의 지혜
2 티카 우루
3 잠복
4 이한의 문서
5 고국의 곡조
6 내통자의 정체
제2장 나유그의 술렁임
1 성도사의 죽음
2 민병의 나날
3 혼의 비상
4 정령들의 혼례
5 이변의 전조
제3장 칸발에 숨어 있는 음모
1 배반의 이면
2 불확실한 길
3 우울한 라달 왕
4 타르슈의 왕자들
제4장 황태자의 자긍심
1 밤의 바위산
2 목동의 집에서
3 호이
4 땅속의 드넓은 바다
종장: 아라무 라이 라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바르사는 시야가 탁 트이는 장소에 이르자 얼른 활시위에 화살을 메겨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맞은편 수풀을 향해 겨눴다. …그 순간 휘익, 휘익 하고 골짜기에 도적들의 손가락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바르사가 화살을 수풀 속에 꽂은 순간, 높은 벼랑 위에서부터 핑 하고 바르사를 겨냥해 화살이 날아왔다. 바르사는 얼른 머리를 숙여 화살을 피하고, 활과 화살을 땅바닥에 내려놓자마자 화살이 날아온 곳을 단창 끝으로 가리켰다.
뒤쪽 절벽 위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소리가 났다.
화살은 바르사가 가리킨 작은 바위 쪽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서 덤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 신음 소리가 들리고, 바르사에게 활을 쏜 남자의 팔이 덤불 위로 튀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남자의 손에서 활이 날아가 저 멀리 골짜기 밑으로 떨어졌다.
챠그무는, 살짝 입을 벌리고 자고 있는 바르사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런 식으로 무방비 상태로 자고 있는 바르사를 처음 본 것 같았다. 계속 바르사를 큰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지금은 자신의 키가 더 크다. 이렇게 가는 몸이, 깨어나서 움직일 때는 왜 크게 보이는 걸까?
자신의 몸을 방패로 해서 챠그무를 감싸고, 피를 뚝뚝 흘리면서 왼손을 자객의 칼 쪽으로 내밀고 있던 바르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바르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몸을 칼날에 내맡긴다. 버려도 되는 것처럼 자신의 몸을 다룬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바르사는 항상 스윽 발을 내딛으며 간다.
바르사는 당황하고 있었다.
자신을 부축하며 걷던 챠그무가 느닷없이 멈춰 서서 심하게 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등을 챠그무가 매달리듯이 붙잡는 것을 느끼고, 바르사는 황급히 챠그무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냄새가 났다. 비가 그친 후의 대기와도 같은 또렷한 물 냄새. 그 냄새를 맡은 순간, 기억이 되살아났다.
물의 정령의 알을 가슴에 품었던 어린 챠그무가 나유그에 끌려들었을 때, 항상 이런 냄새가 났다.
‘여기는.’
나유그와 가까운 곳인가? 틀림없이 그렇다. ‘산왕’이 사는 어둠에 가까운 곳이니까….
기분 탓인지, 챠그무의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꽉 안고 있을 텐데도, 손에 그런 감각이 전해지지 않는다. 눈앞이 일그러지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뭔가에 빨려 들어간다….
챠그무가 이를 꽉 깨무는 소리가 났다. 등을 붙잡고 있는 손에 엄청난 힘이 들어가 있었다. 격류에 휩쓸리며 바위에 매달려 있는 듯한 동작으로, 챠그무는 바르사에게 매달리며 등을 폈다.
그 눈에 빛이 돌아오자 일그러져 있던 주위 풍경이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괜찮니?”
나지막이 속삭이자 챠그무는 고개를 끄덕이고 등을 똑바로 세웠다. 이마에 땀이 흠뻑 배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