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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환경/생태문제 > 환경학 일반
· ISBN : 9791188806416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글을 열며
1장 마주하다
난지도를 걷다
‘위해식물’과 마주하다
2장 숲을 꿈꾸다
생명을 받아 생명을 이어 가다
도움이 되도록 돕다
정직하게 나와 마주하다
본질을 기억하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다
3장 씨앗부터 키워서 100개 숲 만들기
정말 나무를 심어도 될까?
우리가 숲을 만들 수 있을까?
숲이 될 나무가 자라는 ‘나무자람터’
씨앗부터 키우다
숲을 만들다
흙을 보태다
풀과 살다
동물이 마실 물그릇을 준비하다
빗물을 모으다
4장 다시, 마주하다
어떻게 볼 것인가
다시, 난지도를 걷다
다시, 숲을 꿈꾸다
5장 씨앗부터 키워서 1002(遷移)숲 만들기
인간 다람쥐가 되다
‘집씨통’으로 내 마음에 나무를 심다
씨앗을 모으다
이 땅이 1002(遷移)숲이 되기를 바라며
6장 도시에서 천이숲을 만든다는 것의 의미 (글_오충현)
부록 : ‘씨앗부터 키워서 1002(遷移)숲 만들기’에 참여해 보세요!
책속에서
심은 나무가 죽으면 또 심고 살아남은 나무는 돌보며 걸어온 지 3년이었다. 작고 어린나무는 키가 자라고 줄기가 굵어졌다. 기세등등하게 땅을 뒤덮고 있던 환삼덩굴과 단풍잎돼지풀은 어느 순간부터 세가 약해져 다른 식물들을 방해하는 존재가 아니라 어우러져 살아가는 동료가 되어 갔다. 그리고 나무의 생존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떨어진 씨앗에서 어린나무가 자라고 길게 뻗은 뿌리에서도 어린나무가 자랐다. 더 이상 사람이 집중적으로 나무를 심지 않아도 되는 곳이 되어 갔다. 전문적인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부족한 곳이겠지만 우리에게는 그 모습이 ‘숲’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시민과 함께 만든 첫 번째 숲 ‘튼튼숲’이 선물로 주어졌다.
‘씨앗부터 키워서 100개 숲 만들기’ 활동은 그 땅에 맞는 어린나무를 최대한 다양하게 심되 한 번 심고 끝내지 않는다. 사람이 집중적으로 나무를 심지 않아도 되는 숲의 기반이 만들어질 때까지 심고 돌본다. 최소 3년은 나무를 꾸준히 심고, 최소 5년에서 10년까지 꾸준히 풀을 관리한다. 이런 방식이 자리 잡게 된 것은 자신의 실천으로 쓰레기산을 숲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 준 사람들 덕이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심어 본 나무 중 많은 도움을 받은 나무가 우리가 ‘고마운 나무’라 부르는 꾸지나무다. 원래 구하려던 닥나무가 잘못 전해져 우연히 인연이 닿은 나무다. 꾸지나무를 심어 보니 쓰레기 속에서도, 거침없이 땅을 독점하는 기세등등한 풀 속에서도, 메마른 가뭄과 더위에도 잘 자랐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쓰레기 등으로 뒤덮여 나무 대부분이 살지 못하는 거친 땅에서도 자리를 잡은 고마운 나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크고 억센 풀에 막히거나, 빛이 들지 않는 그늘에 갇혀도 마치 흐르는 물처럼 부드럽게 구부러지며 제 길을 찾아 자라는 모습이었다. 다 자라도 10여 미터 정도여서 바람에 쓰러질 염려도 적지만, 쓰러져도 그 상태에서 그대로 살아간다. 쓰레기산 사면에는 보통 3년 이상 키운 나무를 심지만 꾸지나무는 1년생 나무를 심어도 살아남는다. 심지어 가시박 속에서도 가시박과 함께 땅을 기어가듯 살다 하늘이 보이면 하늘을 향해 자라 살아남는다. 그런 유연한 속성 때문인지 아까시나무조차 자라기 힘든 곳에서도 꾸지나무는 자리를 잡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