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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9171735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4-03-25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Ⅰ. 서평ㆍ해제
1. 경학經學에의 새로운 요구―이지형 역주 《역주譯註 다산맹자요의茶山孟子要義》
2. 경학 연구와 백가의百家衣 제작―정일균 《다산茶山 사서경학四書經學 연구硏究》
3. 한시漢詩의 묘미 우리 운율韻律로 재현再現―송재소 역주 《다산시선茶山詩選
4. 임백호林白湖의 활현活現―신호열 / 임형택 《역주譯註 백호전집白湖全集》
5. 한국문학사상사韓國文學思想史의 시각―조동일 저 《한국문학사상사시론韓國文學思想史試論》
6. 전통ㆍ방법 그리고 역사에의 자세―이우성李佑成 선생의 《한국고전韓國古典의 발견發見》을 읽고
7. 《갈암집》 해제
Ⅱ. 한문학의 방법론
1. 한문학 연구의 회고와 방향
2. 고전여성문학에의 접근의 한 시각: 주체론적主體論的 시각
3. 한국한문학사韓國漢文學史 서술의 문제
4. 한문학漢文學의 갈래 원리 및 양식樣式 인소因素에 관한 시론
Ⅲ. 신라 시대
1. 진흥왕 순수비巡狩碑의 “수기이안백성修己以安百姓”에 관하여
2. 김유신에게서의 사상적 복합성複合性
3. 고유사상 풍류도風流道
4. 최치원崔致遠의 사상적 정체성正體性
Ⅳ. 고려 시대
1. 고려 유교에 대한 착시錯視
2. 최승로崔承老에 의해 제시된 유교적 제왕으로서의 왕건상王建像
3. 고려전기 정신사에서의 낭만주의적 및 탐미주의적 성향에 대하여―주로 문학ㆍ예술을 통한 연구를 위한 하나의 점검
4. 고려의 유교적 지식인과 불교
5. 한국의 도교, 특히 유학과 관련하여
6. 포은시圃隱詩에 있어서의 ‘호방豪放’의 풍격에 대하여
Ⅴ. 조선 시대
1. 남명南冥 사상의 특징
2. 퇴계退溪 시세계의 한 국면
3. 퇴계 주리론主理論의 현대적 의미
4. 무주無住의 자유 구가한 황진이
5. 석주石洲 권필權韠의 저항과 수난
6. 매화와 한국유교
7. 매화와 중국유교
8. 한국한문학의 미학적美學的 전통
9. 성헌省軒 이병희李炳憙의 도학과 그 현실주의적 지향
10. 지훈시芝薰詩에 있어서의 한시漢詩 전통
저자소개
책속에서
‘경학經學’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근 1세기 동안 거의 맥이 끊어진 학문 영역이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경학’이라는 술어조차도 주로 유학의 사적史的 영역에서 단순히 기술적인 도구로 출몰할 뿐, 본래의 가치성 개념으로서의 인식은 까마득한 구시대의 기억으로서나 명멸할 정도였다. 이러한 경학이 오늘날 우리에게 있어 다시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과연 다시 들먹거릴 만한 것이기는 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끊어진 맥을 다시 이어 적극적으로 확충해가야 할 것이 요구된다. 실은 학계 일각에서 이미 그런 기운이 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경학이 왜 다시 요구되는가?
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사의 변화의 방향이나 성격을 깊이 천착해 설명할 만한 능력은 갖고 있지 않다. 다만 피상적으로 관찰되는, 누구나 아는 몇 가지 현상을 단서로 삼아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냉전체제 해체 후 우리는 새로운 민족주의의 광범한 대두를 보고 있다. 이것은 물론 정치영역에서의 사건이다. 그러나 정치영역에서의 민족주의는 자기 문화전통에의 회시回視가 선행되어 있거나 동반하고 있으며, 적어도 뒤따르기라도 하게 마련이다. 세계사적인 이러한 정황은 결국 구미歐美문화의 종전과 같은 고압적 일방통행을 제약하는 기초 여건으로 될 것이다.
문학이론의 주체적인 정립은 오늘날 우리 문학연구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다. 과제의 비중으로 본다면 가장 근본적인 것으로, 바람직하기로 말한다면 우리 문학에 대한 근대적인 접근이 시작되던 초기에 대두되었어야 마땅함직한, 그런 성질의 과제다. 그러나 주지하듯이 그동안 우리는 줄곧 서양 문학이론의 뒷받침 아래 우리 문학을 보아 왔고 설명하려고 했을 뿐, 우리 자신의 자리를 찾고 마련하려는 반성적인 노력은 거의 없어 왔다. 이제 이 반성적인 노력이 대두하게 된 것이다.
물론 서양 문학이론이 그동안 우리 문학이나 문학연구에 기여한 바 공효는 자못 크다. 그것은 문학에 대한 우리의 시야를 넓혀 주기도 했고, 문학연구에 있어 우리의, 또는 동양의 전통적인 문학이론에는 부족한 논리성이나 체계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켜 주기도 했으며, 부분적으로는 유효한, 문학현상을 다루는 실제적인 방법과 개념을 제공해주기도 했다. 아무리 주체성이 고창되는 마당이라 하더라도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해야 마땅하고, 엄폐나 왜곡이 곧 주체성에 이르는 길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문학이론의 주체적인 정립이 곧 서양 문학이론에 대한 무조건의 배타를 의미하는 것도 아닐 것이며,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득책도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문학이론의 주체적인 정립과는 별개로, 그러나 주체적인 정립이 안 된 상태에서는 다른 각도에서 서양 문학이론은 계속 우리와의 교섭에 머물러 있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명분론名分論의 날로 더해 가는 발달이다. 명분론은 원래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의 사회적 조직이 요구하는 질서 부지扶持의 근거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성을 압제하는 데 이르면 질서 혼란이라는 모순에 대응하기 위한 논리로서의 명분론이 도리어 새로운 모순으로 전이된다.
17세기 역사 공간에는 이러한 추세가 강하게 흐르고 있었다. 주로 임진ㆍ병자 양란 이후 신분제의 동요ㆍ이완과 여기에 추동推動된 체제 전반의 동요ㆍ이완 조짐에 지배층적 입장에서 대응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다.
이 명분론 발달의 실체적 구현이 바로 이 시기 예학禮學ㆍ예설禮說의 호한浩瀚한 산출이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이 시기에 이르러서의 도학의 이데올로기적 공고화鞏固化 과정의 한 표현에 다름 아니다. 갈암의 문집에도 적잖이 들어 있는 예학 관련 논의들도 역사적 입장에서는 일단은 이러한 시각으로써의 이해 대상이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해서 관조해 보면 인간 삶의 존재론적 내포內包의 풍부화 추구라는 적극적 의의가 인정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인간의 사위를 보다 명료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역사적 시각을 유효하게 운용할 것이 요구되나 끝내 여기서만 머물면 사위의 역사성의 궁극에 담겨 있는 천인지제天人之際의 이치를 놓치게 될 수 있다. 이렇게 역사적 시각으로서의 이해 넘어 있는 지평을 전망하고자 하는 시각이 필요한 것은 《갈암집》의 내용에서 비단 이 예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