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91189327415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25-06-30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1. 소리, 듣기의 권력
구성된 소리, 만들어진 청취 | 정경영
‘쩌는 음색’과 소리의 육체성 | 정경영
소리가 들려주는 젠더 | 김경화
2. 소리, 공간을 채우다
소리풍경으로의 여행 | 권현석
소리 생태계, 소리니치로 듣다 | 정혜윤
3. 소리, 기술과 연결되다
코로나19 시대, 격리된 세계에서 듣기의 쓸모 | 계희승
e멋진 신세계: 게임을 ‘연주’하다 | 계희승
포스트휴먼 시대의 소리 환경 | 이상욱
4. 소리, 음악이 되다
음악은 어떻게 소음을 품었는가 | 권송택
‘소리’ 예술, 악보 너머 세상의 소리를 듣다 | 김경화
저자소개
책속에서
소음을 정의하고자 하는 가장 순진한 시도는 소음을 ‘시끄러운’ 소리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 시도는 ‘시끄러운’ 소리가 대상의 객관적 속성임을 가정한다는 점에서 실패하고 있다. ‘시끄러움’은 대상의 속성이라기보다는 주체의 반응이다. 그러므로 시대와 장소, 상황에 따라 시끄러움은 바뀔 수밖에 없다. (…) 예컨대, 중세 시대의 오르간 소리는 매우 크고 시끄러운 소리였으나 신성한 소리로 여겨졌고, 산업혁명 시대에 공장에서 나는 소리 역시 불편한 느낌을 줄 만한 소리였을 텐데 당대에는 산업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인, 기분 좋은 소리였다는 것이다. 이런 소리들을 셰이퍼는 ‘성스러운 소음’이라고 불렀다.
-구성된 소리, 만들어진 청취
몇 해 전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의 소리에 대한 현장연구를 한 적이 있었다.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미리 답사한 인천국제공항의 정해진 코스를 걷게 하며, 귀 기울여 이 장소의 소리 환경을 듣게 한 다음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청각 경험의 특징을 확인하는 연구였다. 인상 깊은 소리가 무엇이었느냐는 공통 질문에 많은 여학생들이 ‘구두 굽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라고 했던 반면 남학생들은 단 한 명도 이 같은 답을 하지 않았다. 많은 여학생이 공항에서 들은 특징적 소리라고 했던 바로 그 소리를 남학생들은 단 한 명도 ‘듣지 못한 것’이다. 그 이유는 알수 없다. 어쩌면 남학생들은 높은 구두 굽이 바닥에 부딪혀 내는 소리에 익숙하지 않았고, 그러니 익숙하지 않아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그 소리에 관심이 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젠더, 즉 사회적 성차가 듣는 소리의 범위와 방식을 결정했다고 할 수 있다.
- 구성된 소리, 만들어진 청취
그러나 월리스는 전화기 목소리가 흔히 여성인 이유에 대해, 여성이 수다와 가십을 좋아하도록 ‘타고난’ 것이라기보다는 가정 영역에서 가족을 위해 지루하고 고단한 돌봄 노동을 담당하는 여성의 위치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이 시기 전화가 “여성화된 테크놀로지”로 인식되면서 남성들은 역으로 그것을 사용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현상은 암묵적으로 “여성이 전화를 이용하여 일정과 약속을 잡고, 쇼핑을 하고, 가족들을 살피는 집안의 운영자operator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월리스는 말한다. 즉, 전화기는 여성에게 어느 정도의 권력과 통제권을 넘겨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들에게 가정 안에서 전통적인 성 역할을 유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 소리가 들려주는 젠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