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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91189336127
· 쪽수 : 468쪽
책 소개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책속에서
창문을 통해서 오후의 햇살이 비쳤다. 사범학교 학생들이 연습하는 바이올린의 째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범학교 학생들은 한 층 아래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날이면 날마다 바이올린을 긁어대 어린 김나지움 학생들은 일생 동안 바이올린 소리에 대한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졔레시 선생님의 소맷부리는 항상 눈부시게 하얬고 금빛 단추가 반짝거렸다. 그는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는 실크 넥타이를 느슨하게 매고 있었다. 그러나 한 번도 나비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그는 멋쟁이였다. 바지통은 구두 길이와 꼭 같았고, 아무리 맑은 날일지라도 손 넓이만큼 걷어 올려져 있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면 학생들은 누구나 그 말에 다른 생각 없이 온전히 주의를 기울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그의 바지가 구겨지지나 않았는지, 조끼가 잘 맞는지, 혹은 구두에 작은 먼지라도 내려앉지 않았는지에 더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한번은 어머니가 그녀의 발 앞에서 조그만 풍뎅이를 잡았다. 그들은 둘이서 그것을 관찰했다. 얼마나 예뻤던지! 지구 위의 어떤 예술가나 기술자도 그렇게 아름다운 것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 조그맣고 예쁜 다리가 있는 작은 풍뎅이는 살아 있었고, 몸 안에 피가 돌고 있었다. 새끼풍뎅이는 움직였다. 누가 그것을 만들었으며, 누가 그것을 생각해냈을까? 그것은 거기 있었다. 그러나 왜 거기 있으며 또 얼마나 오래 있을까? 그러고 나서는 어떻게 될까? 또 전에는 어디에 있었을까? 미시는 늘 그 풍뎅이를 생각할 때면 잔뜩 몸을 웅크리고, 별이 있는 밤에 그랬던 것처럼 무릎을 팔로 감싸 안았다. 그것이 그의 종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