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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9336301
· 쪽수 : 25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우울과 불면 속에서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베로나의 약제사
달리기
무거운 여자의 삶
여성의 몸은 함부로
삶에 대한 실감
2부 왜 사냐건 그냥 웃지요
심어
세일즈와 연애
거절의 극기 훈련
회사로부터의 추억
당신의 깨끗한 피
안 마셔욧
어떤 남자의 이메일
3부 아버지와 나
장례식 풍경
작별의 맛
수상한 실장
서러운 날의 꿈
크리스마스와 산타
그날의 생일케이크
어떤 대화
울 아빠는 말야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4부 나의 아름다운 사람들
부부의 세계 속으로
걱정 마, 우린 가족이야
니드 포 스피드
그 사람에게 잘해주세요
자기만의 방
나가는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오랫동안 자해를 하다가 마침내 어느 날, 이건 수면제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수면제를 삼키느라 마신 물 때문에 배 터져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약을 삼켰다. 점점 의식이 가물거렸다.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하는 반려견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 지금은 못 놀아줘, 미안. 그럼, 음, 이젠 안녕.
달리기는 뭔가 달랐다. 뭐랄까,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풍선에 약간 여유를 주듯이 어깨의 힘이 조금 빠지게 된다. 분하고, 화나고, 속상한 부정적인 기분들이 달리면서 뱉어내는 숨에 울분과 함께 빠져나가는 듯하다. 그전에도 우울증에 달리기가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정말 효과가 있었다. 믿으시라. 20년째 우울증과 사투하는 내가 효과가 있다고 하면 정말 있는 것이다.
가끔 그 지방들은 나를 안전하다는 기분이 들게 해줄 때도 있었다. 이를테면 원치 않는 남성들의 성적 접근에서 확실한 방어막 역할을 해줬다. 내가 패딩코트처럼 두른 지방은 마치 비계로 된 갑옷처럼 그런 일들을 막아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기분도 잠시. 남자들은 내가 살이 찌지 않았을 때는 지분거렸지만 살이 찌자 경멸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