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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지리학/지정학 > 지리학
· ISBN : 9791190052368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나의 은신처
산마루와 골짜기
바위와 결정
산의 기원
화석
무너지는 봉우리
흙더미와 돌더미
구름
안개와 뇌우
눈
산사태
빙하
빙퇴석과 급류
숲과 풀밭
산짐승
기후의 변화
자유로운 산사람
산을 향한 숭배
올림포스 산과 신
수호신
그리고 인간
옮기고 나서
― 산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
리뷰
책속에서
이렇게 다시 찾은 자유를 만끽하면서 나는 천천히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새로운 일상을 맞이했다. 돌들이 굴러떨어지는 높은 능선을 따라 돌아다녔고, 전나무 숲을 헤매기도 했다. 어떤 때는 산등성이 높은 곳까지 우뚝 솟은 첨봉에 올라가 멍하니 죽치기도 했다. 깊고 어둑어둑한 계곡에서는 마치 지하의 심연에 처박힌 듯했다. 자연 덕분에 좀처럼 식지 않던 쓰라린 기억도 차츰 누그러졌다. 나쁜 기억을 잊어보려고 길을 방황하는 일도 사라졌고, 나도 모르게 주변에 눈길을 돌려 자세히 들여다보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 ‘나의 은신처’ 중에서
내가 올라가 앉곤 했던 산마루가 가장 높은 자리는 아니었다. 발밑으로 펼쳐지는 왕국들을 내려다보면서 제법 왕처럼 앉아 있다고 해도 언제나 그곳이 최정상은 아닌 것이다. 차라리 가장 높은 산마루보다 그 바로 아래에 앉아 있는 것이 더 좋다, 좀 더 낮은 비탈을 내려다보면서도 더 높은 절벽 쪽으로 푸른 하늘을 향해 삐죽삐죽 솟은 봉우리들을 볼 수 있어 좋다. 바로 그곳에서라면 나도 모르게 산 정상에서 느껴지는 뿌듯함과 오만을 억누를 필요도 없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눈과 바위, 숲과 산비탈을 바라보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이렇게 나는 계속해서 중턱을 떠돌았다. 하늘과 땅 사이의 중간지대를 돌아다니다 보면 외롭다기보다 자유로웠다.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이었다.
― ‘산마루와 골짜기’ 중에서
거친 지표면을 이루는 산과 자구의 역사에서 붕괴 자체는 지층에 주름지는 습곡 현상에 비하면 별 것 아니다. 오랜 세월 흙과 바위, 사암층, 금속 광맥 등 모든 것이 눌리면서 옷감처럼 주름 잡혀 산과 계곡을 빚어낸다. 대양의 표면처럼 육지의 표면도 물결처럼 출렁인다. 대단히 힘찬 물결이다. 지표의 평균 높이보다 훨씬 높이 솟은 안데스, 히말라야산맥이 그 결과물들이다. 땅 위에 있는 바위들이 옆으로 밀어붙이는 힘에 따라 그 주변 바탕도 계속 요동친다. 과일 껍질에 주름이 잡히는 것과 같다.
― ‘산의 기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