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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씨책] 달 너머로 달리는 말](/img_thumb/9791190052962.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052962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지도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과 말
앞에
·초
·단
달 너머로 달리는 말
1. 초승달
2. 말과 사람
3. 이마가 빛나는 말
4. 안개와 무지개를 토하는 말
5. 재갈
6. 전운
7. 새벽 강물 위로 사라지는 왕
8. 돌무더기
9. 탈출
10. 몸과 몸
11. 즉위
12. 월
13. 잠자는 악기
14. 진짜와 가짜
15. 왕자
16. 유생
17. 바람
18. 삼등마
19. 벌레
20. 불
21. 몰락
22. 꿈
23. 땅의 노래
24. 말터
25. 버려짐
26. 재회
27. 길
뒤에
저자소개
책속에서
모든 공과 모든 수는 죽음과 삶 사이를 가른다. 그러므로 공에서 수로, 수에서 공으로 쉴 새 없이 넘나드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이 엎어지고 뒤집히는 틈새를 사람의 말로는 삶이라고 부른다.
산맥 위로 초승달이 오르면, 말 무리는 달 쪽으로 달려갔다. 밤은 파랬고, 신생(新生)하는 달의 풋내가 초원에 가득 찼다. 말들은 젖은 콧구멍을 벌름거려서 달 냄새를 빨아들였고, 초승달은 말의 힘과 넋을 달 쪽으로 끌어당겼다. 한 마리가 달 쪽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모든 말이 소리를 토해내며 달려갔다. 말들의 울음소리는 날카롭게 치솟았다. 말들은 한없이 달렸다. 초승달은 가늘었고 빛에 날이 서 있었다. 초승달이 희미해지면 말들은 사라지는 달을 향해 소리를 모아 울면서 더욱 빠르게 달렸다. 초승달이 지고, 달 진 어둠에서 흐린 별이 보일 때까지 말들은 달렸다.
해가 수평선 쪽으로 내려앉고 바다와 하늘이 붉어지면, 비혈마들은 저무는 해를 향해서 달려갔다. 노을은 빛 속에 어둠을, 어둠 속에 빛을 품으면서 어두워졌다. 비혈마들은 어둠에 잠겨가는 마지막 빛을 향해 더욱 빨리 달렸다. 소멸하는 빛에 비혈마들은 조바심쳤다. 말들의 눈동자에 저무는 빛이 번득였다. 밤에 말들은 해안에 당도했다. 말들은 고개를 들어서 인광이 부서지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해안에서 말들은 건너갈 수 없는 저쪽을 향해 높이 울었다. 말들의 이마에 박힌 흰 점에서 빛들이 흔들렸다. 새벽에 말들은 초원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