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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90156172
· 쪽수 : 432쪽
책 소개
목차
1. 편지
2. 문조
3. 환청에 들리는 거문고 소리
4. 취미의 유전
5. 이백십일
6. 하룻밤
7. 몽십야
8. 런던탑
9. 환영의 방패
10. 해로행
책속에서
8첩 방에 수염 있는 사람과 수염 없는 사람과 시원한 눈을 가진 여자가 모여 이와 같은 하룻밤을 보냈다. 그들의 하룻밤을 그린 것은 그들의 생애를 그린 것이다.
왜 세 사람은 만난 걸까? 그건 알 수 없다. 세 사람은 어떤 신분과 경력과 성격을 가지고 있을까? 그것도 알 수 없다. 세 사람의 말과 동작을 통틀어서 일관된 사건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인생을 쓴 것이지 소설을 쓴 것이 아니기에 어쩔 수가 없다. 왜 세 사람 모두 동시에 잠들었을까? 세 사람 모두 동시에 졸음이 왔기 때문이다. ―「하룻밤」 중에서
다음 날 아침에도 역시 게으름을 피웠다. 옛 여인의 얼굴도 이제는 떠오르지 않았다. 세수를 하고 식사를 마치고 비로소 깨닫기라도 한 듯 툇마루로 나가보니 어느 틈엔가 새장이 상자 위에 올려져 있었다. 문조는 벌써 횃대 위를 재미있다는 듯 이쪽저쪽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때때로 목을 뻗어 새장 밖을 아래서부터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아주 천진했다. 예전에 보라색 오비아게로 장난을 쳤던 여인은 긴 목덜미, 쭉 뻗은 등에 목을 약간 기울여 사람을 보는 버릇이 있었다. ―「문조」 중에서
쓸데없이 체면을 차리다 좋은 기회를 놓쳐버리다니 정말 아깝다. 원래부터 품위를 너무 지나치게 중히 여기거나, 너무 고상하게 굴면 자칫 이런 꼴을 당하기 쉬운 법이다. 사람에게는 어딘가에 도둑놈 근성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신사도 결국에는 마찬가지여서, 신사로서의 체면을 구기지 않는 범위 안에서 도둑놈 근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신사가 신사로 통하지 않게 되는 법이다. 도둑놈 근성이 없는 순수한 신사는 대부분 도중에서 쓰러지고 만다고 한다. 그래, 앞으로는 조금 더 천박해지기로 하자. ―「취미의 유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