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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0156240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1-12-20
책 소개
목차
살아 있다는 증거 / 신겐의 그림자 / 사이토 시모쓰케 / 이 사람이야 말로 / 조상의 은혜 / 붙박이 / 헛되이 재가 되어버린 서약서 / 슬픈 행군, 뜨거운 땀 / 다리는 흐르나 물은 흐르지 않는다 / 화목의 밀사 / 졸음 기둥 / 지금 · 이 가을 / 신겐 / 이어지는 봉화 / 출진 / 가이즈 성 / 첫 기러기 / 무거운 진막 / 사지의 진 / 적지 탈출 / 산속에서의 참선 / 이 목숨 / 소의 짚신 / 한 덩이 불꽃 / 일소부적(一笑不敵) / 봉도 / 포진을 위한 첫 번째 돌 / 고시지의 아가씨 / 마음속 숲의 어지러운 바람 / 양산 / 오르는 사이조산 / 목을 버리는 다테와키 / 야타로와 일용훈(日用訓) / 번뇌의 오리 / 향차(香車) / 눈 안의 사람 / 접대를 위한 음식 / 강가의 꽃 / 허상과 실상 / 뭍 위의 섬들 / 탁목의 전법 / 탄금 / 백옥 1만 3천 알 / 한 줄기 국화 / 중양 / 헌책백간 / 멀리 보이는 연기 / 시시각각 바뀌는 명암 / 기(奇)와 정(正) / 지는 달 / 버려진 모닥불 / 동맥 · 정맥 / 아직 어두운 하늘 / 외딴집 / 갑옷을 입은 아버지 / 묘한 기운 / 수레바퀴전법 / 있는 듯 없는 듯 / 지네의 깃발들 / 달관 / 죽음의 땅에 선 목숨 / 단칼에 / 작별의 말 / 흐르는 목 / 울부짖는 들판 / 모로즈미 분고의 전사 / 간스케 뉴도 / 핏속의 길 / 소나기 속의 번갯불 / 하타모토 대 하타모토 / 들판의 외침 / 새로운 전국 / 저물려 하는 태양 / 겐신인 줄 모르고 / 상처 입은 군의 장수는 어머니의 마음과 같다 / 사즉생 / 흐트러지지 않는 한 줄기 / 고독한 그림자 / 승냥이 / 메밀꽃 / 떠나는 새의 흔적 / 승리의 함성 / 세상의 여러 평가 / 분실물 / 오월(吳越)의 길 / 가을 풀 공양 / 고요한 밤 / 시를 즐기는 마음 / 궁지에 몰린 새 / 요시키요의 고충 / 대승소승(大乘小乘) / 어젯밤, 비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다 / 대의대사(大義大私) / 산과 바다 사이의 미담 / 그대와 나는 / 소금 축제
리뷰
책속에서
“지금은 저의 사사로운 감정을 드러낼 수 없는 자리입니다. 오래 머무는 것은 좋지 않을 듯합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베풀어주신 마음에는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갑옷을 벗으면 저 역시도 세상의 아버지들과 다를 바 없는 자입니다만, 이렇게 갑옷을 갖춰 입고 나면 설령 눈앞에서 부모의 죽음, 아내의 눈물, 자식의 피를 본다 할지라도 이 몸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입니다. 저의 싸움만이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지금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오늘 여기서 귀공과 술잔을 주고받았으나 내일 사이가와 · 지쿠마가와의 강가에서 병마 사이로 귀공의 모습이 보인다할지라도 하지카노 덴에몬의 창끝은 조금도 무뎌지지 않을 것입니다.”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그 일이라면 이 귀신잡는 고지마 야타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빙그레 웃고 그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기슭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전략적인 눈으로 평야를 바다라고 본다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언덕이나 산은 그것을 대양의 섬들이라고 보아 그 이용가치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겐신이 사이조산에 진을 친 것은 전진 거점으로 일찌감치 그 땅의 유리함을 점한 것이며, 신겐이 평지에서 진을 거두어 가이즈 성으로 들어간 것도,
‘사방이 드러난 땅에서 오래 머무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그런 의미에서는 성도 역시 하나의 섬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천연의 험지에 인공을 가미한 뭍의 요새이자 항구다.
장기전이 펼쳐지면 지치기 쉽다.
적에게는 강한 병사여도 따분함과 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치고― 질린다.
이 해이해진 마음에서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적은 걸핏하면 불평을 늘어놓게 하고, 두려움을 자아내고, 전우의 흠을 들춰내어 불화를 일으키게 하고, 또 향수를 느끼게 하는 등― 온갖 번뇌의 약점을 파고들어 하늘을 찌를 것 같던 사기까지 무너뜨리려 덤벼든다.
단 하루만 해도 길고 긴 전장이다. 그것을 스무 날이고 한 달이고 대치만 한 채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는 병사들은, 밖에서는 싸우지 않지만 사실은 개개의 마음속에서 전투 이상의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