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북유럽소설
· ISBN : 9791190234139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21-03-08
책 소개
목차
보이지 않는 것들|7
리뷰
책속에서
아무도 섬을 떠날 수 없다. 간단히 말하면 섬은 곧 우주고 별은 눈 아래 풀 속에서 잠을 잔다. 하지만 간혹 섬을 떠나려고 시도하는 이들도 있다. 동풍이 거세지 않은 날에 말이다. 한스 바뢰이는 돛을 끌어올렸다. 날씨와 상관없는 세로돛이라 교역소까지 건너기에 괜찮았다. 이번 여정에 믿음이 없는 마틴 노인만 섬에 남고 온 가족이 출동했다.
바브로는 아버지의 말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불과 몇 년 전부터 그랬는데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을 못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마틴은 더 이상 섬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이제 그 역할은 한스가 맡았다.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닌 마틴은 정확하게 기억했다. 러시아 나무 트렁크를 발견하고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했을 때부터라는 것을. 그는 아들과 함께 쇠지레를 이용해 나무를 들어 올려서 굴리려고 했는데, 그가 힘을 주자 갑자기 강철 막대가 부드럽게 젖은 땅으로 처박히면서 급격하게 힘이 빠져 버렸다. 머릿속에서 단전이 일어났다. 그는 자리에 앉아 숨을 헐떡이며 호흡을 가다듬으려 애썼고, 그의 아들이 홀로 그 모든 무게를 견뎌 냈다.
그때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섬사람들은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다. 만일 그랬다면 섬에서 살지 못했을 것이다. 재산을 전부 정리해서 섬을 떠나 숲이나 계곡에 사는 다른 사람들처럼 살았을 것이다. 섬사람들은 어두운 성향이 있어 두려움이 아니라 침통함에 빠져 버리기에 그런 상황이 오면 재앙과도 같을 것이다.
그러나 한스가 다시 밖으로 나갔다가 얼굴에 피를 묻히고 돌아와 웃으면서 말을 꺼내자 침통함도 사라졌다.
“바깥 날씨가 참 좋아.”
이 말이 농담이라는 걸 가족들이 알아차리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