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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0292115
· 쪽수 : 326쪽
· 출판일 : 2021-07-25
책 소개
목차
막을 올리며
인큐번트
파빌리온의 탄생
병상
신탁은 옳았는가
농간
줄리에타 마시나의 눈물 사원에서
허비한 삶
죽음의 중계
막을 내리며 / 그리고 나를 구해 준 것
감사의 말
참고 문헌
추천의 글: ‘아프다’는 것, 쓴다는 것 | 전희경
옮긴이 후기
리뷰
책속에서
유방암처럼 여자에게 사실상 재앙에 가까운 질병이 소수에 불과하다면, 유방암만큼 막대한 고통을 야기하는 질병은 그보다도 극소수다. 그런 고통은 유방암이라는 질병 자체가 유발하는 통증만이 아니라, 유방암에 관해 무엇을 쓰고 무엇을 쓰지 말아야 할지, 유방암에 관한 글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쓴다면 어떻게 써야 할지 같은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다. 유방암은 형식을 흐트러뜨리는 질문으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질병이다.
우리는 각종 안내서 제목이 명하듯이 저돌적이고, 섹시하고, 생각이 깊고, 성깔 있는 여자나 소녀 또는 숙녀 따위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티셔츠들이 보여 주듯 언제든 암을 향해 “나 같은 년을 고르다니 너 잘못 걸린 거야”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내 암은 자기가 원하는 년을 잘 고른 쪽에 속했다.
암에 걸린 여자는 자기 자신이 분해되어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도록 강요받는 존재고, 애석해하는 이들 못지않게 꼴사나운 애석한 대상이며, 다른 모든 사람이 겪은 슬픈 사연을 증언해 주고 있음에도 자신의 입으로 직접 슬픔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 곧장 사회적 교정의 대상이 되는 목격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