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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403634
· 쪽수 : 196쪽
책 소개
목차
샐러드 연주자
골뱅이 무드
벚꽃과 미나리
봄과 나약한 연인
완전무결한 아보카도와
포도잎 쌈밥
베를린의 그린 카레
시소 김밥
문학적인, 너무나도 문학적인 아스파라거스
그리스식 골뱅이
작곡가와 타르타르
마니아가 된 이유
방아와 깻잎과 장어와
양파에 반한 이유
주키니와 무말랭이
사과와 멧돼지
연두가 주는 흥분에 대하여
마릴린 먼로의 아티초크
파를 감싸 안았거나 파로 감싸 안았거나
제주 구좌 당근
허브술 파는 약국
초록의 기운으로 오늘도
간편식의 세계에 야채란 없는 걸까
민트의 세계가 아니라
짜릿함을 추구하는 건 아닙니다만
바냐 카우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그해에 처음 나온 머윗잎과 두릅에 집착한다. ‘첫’ 머윗잎으로, 그리고 ‘첫’ 두릅으로 장아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두릅은 커지고 가시가 더 뾰족해진다. 머위는 잎이 우산만 하게 커지는데 그러면 안 된다. 장아찌를 담기에는 부적절하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백번을 다시 태어난다 해도 최상의 장아찌는 될 수 없다. 아무리 장아찌액의 비율을 환상적으로 맞춘다고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나는 내려놓았던 두릅과 머윗잎을 다시, 모두, 집었다.
‘봄과 나약한 연인’ 중에서
요즘의 나는 아보카도를 살 일이 있을 때 한 번에 네 개를 산다. 모두 과일 바구니에 올려두고는 오며 가며 색깔의 추이(?)를 살피는데, 각 집의 실내온도와 습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집에 온 지 사흘 정도면 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에는, 갈색으로 변한 아보카도를 만져봐야 한다. 갈색으로 변했다고 하더라도 말랑말랑하지 않으면 아직 때가 안 된 거다. ‘어떤 느낌’을 받아야 한다. 아보카도를 손에 쥐었을 때, 껍질과 과육이 분리되었다는 느낌이랄까. 겉흙이 말랐을 때 물을 주라는 화원 주인의 말처럼 야속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잘 익은 아보카도는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이 다르다.
‘완전무결한 아보카도와’ 중에서
이럴 때의 나는 지체하지 않는다. 생각이 날아갈까 급히 메모장을 찾는 것처럼 냉장고를 급박하게 열어 내가 필요로 하는 재료들을 정렬시킨다. 그러고는 머리에 잠시 떠오른 생각이 날아가기 전에 손을 움직인다. 마치 화학자가 된 기분이다. 비커나 샬레를 쓰지 않을뿐더러 원소기호도 모르는 내가 말이다. 종종 스스로 기이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무슨 인류의 운명을 바꿀 발견도 아니고… 이게 뭐라고 이렇게나 조속히 처리해야 할 일인지….
‘시소 김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