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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2475004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3-11-20
책 소개
목차
봄
3월의 물은 마데이라
미나리욕欲을 위한 것들
만수르 빌딩의 바텐더
하이네켄은 집어치워라
뚜또 베네? 람브루스코!
3시와 5시 사이의 술
그리스식 와인은 이렇습니다
너무 많이 마시는 남자
낮의 술과 밤의 술
골든 리트리버와 그때 그 술집
정말 솔티한 이야기
술집 무오스크바
여름
술 파는 약국을 이해하다
나만의 블룸스데이
다자이 오사무처럼 마시기란 이런 것
베를린의 미친 스태미나
먼지를 남겨서 미안
샘에 맥주를 담그다
초절기교의 소맥리에
샴페인은 이제 그만
진 리키를 마시는 시간
인도의 창백한 맥주
옥수수 껍질을 벗기다가
헤밍웨이 다이키리
가을
라디오와 술
카프리 vs 카프리
음바페와 생제르맹
렉터 박사가 마시는 술
옥토버페스트와 레더호젠
아무나 마실 수 없는 술
막대한 예스처럼 내리는
사랑에 대하여
오렌지 와인
교양 없는 마티니
야구단의 아와모리
아침에 마시는 맥주
아몬티야도
겨울
꿀과 물과 시간
겨울밤의 무알코올 맥주
남극에 두고 온 위스키
굴과 샤블리
봄날의 호랑이를 내게 줘
하이볼이라는 흥분
베네치아에서 온 남자
시간의 냄새가 담긴 스모크
셀프 의전을 위한 계획
내가 원하는 술집
술 마실 때 듣는 음악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네그로니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참을 수 없었다. 난생처음으로 홍어를 주문했다. 미나리를 먹겠다고, 소주를 먹겠다고 말이다. 홍어무침을 만드는데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꽤나 많은 잔칫집에 따라다녔다. 요즘 말로 하면 ‘프로 참석러’라고 해야 할까. 내가 초대받은 적은 없으나 할머니를 따라서 갔었다. 친척 어른의 생신, 집들이, 승진 축하연, 회갑연, 고희연, 산수연, 결혼식 등등. 못 보던 사람들과 못 보던 음식들로 가득 찬 분위기를 나는 제법 즐겼다.
당시의 내가 잔칫상에 등장하길 기대했던 음식이 홍어무침이었다. 누구에게도 말한 적은 없다. 은밀한 기대였다. 절여서 식감이 달라진 무와 오이, 알싸한 도라지 사이에 숨어 있던 홍어의 맛은 그때까지 내가 겪어 보지 못한 그 무엇이었다. 하지만 뭔가가 부족했다. 소주였다. 홍어무침은 밥 반찬보다는 소주 안주로 적합한 음식이라는 걸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홍어무침에 소주를 먹는 어른들, “크으” 소리를 내며 고개를 흔드는 어른들을 구경하며 내가 소주를 먹게 되려면 얼마의 세월이 흘러야 할지 헤아려 보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_ (미나리욕欲을 위한 것들)
식전주의 시간이다. 밥을 먹기 전에 마시는 술. 안주와 함께 먹지 않는 술. 술만으로 온전한 술. 이게 식전주다. 3시와 5시 사이는 식전주의 시간이기도 한 것이다. 이 시간에 마시는 식전주를 꽤나 좋아한다. 술은 다 각각의 매력이 있고,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지루할 때도 피곤할 때도 좋지만, 식전주의 시간에 마시는 술도 좋다. 주로 맥주이지만 가끔은 아페리티프를 마신다. (...) 마음이 막 들뜬다. 이 술을 다 마시고 나서 어떤 술을 본격적으로 마실지, 또 어떤 음식과 먹을지 생각하게 된다. 식전주를 마시지 않아도 오늘의 안주와 오늘의 술에 대해 생각하지만 식전주를 마시면 좀 더 열렬해진다고나 할까. 없던 열정도 솟아나는 걸 느끼며 식전주의 위력에 놀란다. 가볍고, 청량하고, 산뜻한 이 술에 이런 힘이 있었나 싶다. _ (3시와 5시 사이의 술)